미중 무역전쟁 충격 못 비껴간 '중국판 실리콘밸리'

2019-11-07 22:01
中선전시 1~3Q 경제성장률 6.6%…약 40년래 최저
민간투자 위축, 교역량 감소, 제조업체 이탈 등 원인

중국 '개혁·개방 1번지'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 경제도 미·중 무역전쟁 충격을 비껴가지 못한 모습이다. 

최근 선전시 통계국에 따르면 올 1~3분기 선전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올 상반기 지역 GDP 성장률이 7.4%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꺾인 것이다.  선전시가 경제특구로 지정된 1979년 이후 40년 만의 가장 낮은 수치다. 

이는 미·중간 무역전쟁, 기술전쟁의 영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보도했다. 

선전시 경제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민간투자 위축, 대외 교역량 감소, 소비 증가세 둔화 등이 꼽혔다.

특히 민간투자가 큰 폭으로 위축됐다. 통계국에 따르면 1~9월 선전시 민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2.3%였는데, 4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어든 것이다. 

선전의 민영기업 경영 전문학원인 보상학원 쩡런웨이 원장은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선전 기업들이 투자에 더욱 신중하면서 관망세가 짙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선전 경제가 워낙 개방돼 있어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만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대외 교역액 감소도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올 1~3분기 선전 전체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하락했다.  선전시 전체 수출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4.7%에 달한다. 미·중 무역전쟁 타격을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천펑 선전시 첸하이 혁신연구원 비서장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추가관세 25%를 부과하면, 선전시 수출은 약 54억 달러 감소하며, 이는 전체 지역 경제성장률을 0.32% 포인트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선전 시내 집값을 비롯한 물가가 치솟으면서 제조업체들이 선전을 떠나 타지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무역전쟁 여파로 선전시가 올 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7%)를 달성하는 것도 힘들 것이란 게 시장 전망이다. 지난해 선전시 GDP는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2조4000억 위안(약 397조원)에 달했다. 

과거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선전시는 1978년 개혁·개방 정책에 힘입어 고속 발전했다. 오늘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중국 최대 IT(정보통신) 기업인 텐센트, 토종전기차 업체 비야디 등의 본사가 위치한 중국 첨단기술의 허브로,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기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웨강아오(粤港澳,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중심도시이기도 하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선전시를 비롯한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의 경제권역으로 묶는 사업이다.

지난 8월엔 중국 중앙정부가 선전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25년까지 경제력과 질적 발전 면에서 세계 선두권에 서고, 2035년에는 종합적인 경쟁력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내 전경.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