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文대통령 '한·아세안' 붐업에 나서지만…방위비·지소미아·사드 '첩첩산중'

2019-11-07 22:47
文대통령, 순방 후 첫 공식 일정 '한·아세안' 띄우기…北·美 촉진역 가동 시험대
美 같은 날 新남방 흔들며 인·태 韓 참여 노골화…中 보란 듯 지소미아 압박도
美, 인도·태평양과 지소미아 앞세워 韓·中 갈라치기…北 "韓·美훈련 인내 한계"
중·러, 지난달 말 일주일 시차로 KADIZ 무단 침범…임기 반환점인데 곳곳 암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갈라파고스 외교'에 갇힌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분기점은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다.

신(新)남방 외교전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이 7일 첫 공개 일정으로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통신사 대표들을 만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붐업 조성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충무관에서 28개국 32개 뉴스통신사(옵서버 3개사 포함)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언급, "상생 중심·상생 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아시아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文 '한·아세안' 띄운 날··· 美 인도·태평양 참여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예방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뉴스통신사들의 교류 협력체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OANA 17차 총회 참석을 위해 입국한 중국 신화, 일본 교도, 러시아 타스 등 28개국 32개 뉴스통신사(옵서버 3개사 포함) 대표단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북·미 촉진역을 재가동하려던 문 대통령의 '비핵화 외교전'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사상 초유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취소로 문 대통령의 11월 다자외교 플랜은 어그러졌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인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 셈법도 당분간 험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4강(미·중·일·러)의 거친 압박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앞세운 미국은 양손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들고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5조원대의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을 직접 겨냥했다면, 지소미아와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중(對中)까지 겨냥한 다중 포석이다.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 2년째 보복 조치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까지 교란시키며 한·중 관계 복원의 핵심 변수로 격상했다. 미국은 문 대통령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 선언에 동참한 직후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다.

◆'5조원대 방위비냐, 지소미아냐' 양자택일 불가피
 

'갈라파고스 외교'에 갇힌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분기점은 오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RCEP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적 성격으로 중국 주도 하에 출범했다면,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대항마로 출발했다.

방한 중인 키이스 크라크 미국 경제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 참석, "중국은 미국 가치에 적대적이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의 공조 강화를 의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밀월을 가속하는 북·중과는 달리 한·미·일 공조는 흔들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오는 22일 만료되는 지소미아가 관통하고 있다. 한·일 전쟁의 변곡점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제징용 배상 방법론'을 둘러싼 양국 간 의견 차는 여전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현재까지 지소미아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알파(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가 '국민 정서법'을 넘을지도 미지수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지소미아를 고리로 한 압박이 사실상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외교 전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5조원대의 방위비냐 지소미아냐'의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크다.

악화일로인 남북 관계도 변수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전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거론, "인내심이 한계점을 가까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북·중·러 공조의 두 축인 러·중은 지난달 22일과 29일 일주일 시차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접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