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천 "한국엔 혁신기업이 없다"

2019-11-06 15:52
지난해 한국 기업 네이버,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3곳 순위 포함... 올해 한 곳도 없어
중국 샤오미,알리바바 등 16개 기업으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아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50대 유망 혁신기업 명단에서 한국 기업이 사라졌다. 지난해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네이버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취를 감췄다. 중국의 16개 기업이 선정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의 혁신 DNA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경제지 포천이 미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 세계 기업 50곳 '2019 퓨처 50'을 선정해 발표했다. '퓨처 50'은 포천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함께 전 세계 기업들의 재무제표, 기술, 인력 등 수십 가지 요소를 분석해 장기 성장 잠재력이 높은 회사를 추려낸 것이다.

가장 많은 혁신 기업을 배출한 국가는 미국(29개)이다. 클라우드 HRM(인적자원관리) 업체인 ‘워크데이’, 트위터 창업주 잭 도시가 설립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스퀘어’, 클라우드 관리 업체인 ‘서비스나우’ 등 3개의 미국 기업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포천 '퓨처 50'에는 네이버(6위), 셀트리온(17위), 삼성바이오로직스(47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세 기업은 지속적으로 혁신 서비스를 발굴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동남아 시장에 안착시키고, 클라우드와 간편결제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혁신을 높게 평가받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한 '2019 퓨처 50'의 상위 10대 기업[사진=포천]


그러나 올해 포천 '퓨처 50'에는 세 회사의 이름이 모두 사라졌다. 업계에선 영업이익 하락과 분식회계 의혹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라인은 올해 3분기 10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셀트리온은 판매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고의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고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어려움에 빠졌다.

중국은 21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지난해와 달리 16개 기업만 이름을 올렸지만, 여전히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혁신 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꼽혔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이 4위로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기업 중 가장 높았고, 샤오미와 시트립이 7위와 8위로 그 뒤를 이었다. 알리바바(11위)와 텐센트(12위)도 상위권에 선정됐다. 일본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이 40위에 선정됐다.

포천은 "올해 선정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명단에 없던 기업들"이라며 "전체의 80%를 미국과 중국 기업이 차지했는데, 이는 과거 5년간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의 86%가 미국과 중국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천이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엔 세상을 위해서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한국 기업은 세계적 경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사회적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 적다. 포천의 기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올해뿐만 아니라 당분간 퓨처 50에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혁신 기업이 사라진 한국 경제도 이를 반영하듯 주춤한 모습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2.7% 성장했던 한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 1.9% 성장에 그치며 세계경기에 비해 더 빠르게 활력이 떨어졌다"며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어 상반기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8.6%를 기록, 세계 평균 -2.6%보다 감소 폭이 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