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에도 법제화 못한 '금소법' 다시 표류하나

2019-11-06 05:00
찬반양론 팽팽한 탓에 지지자 동력 상실 8년째 답보
향후 대중 관심 줄어들면 법안 통과 더 어려워질 듯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 사태로 급물살을 탔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다시 한 번 법제화에 실패했다. 상당한 소비자 보호 실패 사례가 발생했음에도 법안 통과가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앞으로도 법제화 여부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문을 연 국회 본회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일부 금융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날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던 여러 법안들이 법제화에 실패했다. 금소법도 그중 하나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연령·재산상황 등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금융사에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금소법이 시행되면, 금융사는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없었는지 입증 의무와 그에 따른 피해보상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즉, 지금까지는 금융상품 판매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모아서 해명해야 하나, 금소법이 통과되면 금융사가 판매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금융사가 이를 완전히 입증하지 못하면, 금융사는 고객에게 설명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

금소법은 2008년 키코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은행의 판매책임이 불거진 2011년 발의됐다. 이후 지금까지 8년이나 국회에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만약 금소법이 이미 시행됐다면 이번 DLF 사태에서도 소비자 피해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때문에 지금까지 금융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고 향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소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다수의 의원들도 금소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금소법을 논의하면서 "이번 DLF 사태에서도 확인했지만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를 증명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소비자가 녹음기나 영상장비를 가지고 다니도록 하는 것보다 금융기관에 완전판매를 입증케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소법에 반대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모든 계약에 완전판매를 입증하기 위해서 금융사가 너무 많은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상품개발 역량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금소법이 시행되면 누구도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DLF 사태 직후에도 찬반 양론이 팽팽한 탓에 금소법 지지자들은 법안의 동력이 다시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DLF 사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면 금소법 통과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 사태나 자살보험금 문제 때도 한동안 금소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반발에 부딪혀 동력을 잃어버리길 반복해 왔다"며 "통과되려면 지금 통과돼야 하는데 이번에도 이전과 유사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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