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공격 타깃된 中관영 신화통신

2019-11-03 11:14
中 중앙정부 통제권 강화에 뿔난 홍콩 시위대…22주째 시위 이어가
홍콩시위 장기화, 무역전쟁 등 여파로 9월 소매판매 급감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 홍콩 사무소가 지난 2일 홍콩 시위대 공격을 받았다. 지난 6월 초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본격화한 이후 중국계 기업 여럿이 시위대의 타깃이 됐지만 신화통신이 공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선포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중국 관영언론은 홍콩 시위대의 악렬한 행위를 규탄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수천 명의 홍콩 시민이 '복면 금지법' 시행과 경찰의 집회 불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검정색 옷을 입은 채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에 참여했다.

이날 오후 5시경 홍콩 시위대는 완차이에 위치한 신화통신 홍콩사무소를 습격해 출입구와 창문을 부수고 붉은색 잉크를 뿌린 뒤 로비에 불을 질렀다. 시위대의 공격 당시 신화통신 건물 내부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재빨리 몸을 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신화통신 대변인은 이날 밤 긴급성명을 통해 "홍콩 시위대의 악랄한 행동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와 경찰이 법에 따라 이를 엄중히 다스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법에 따라 폭도를 진압해야만 홍콩의 정상적인 질서와 각계각층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에 속해있는 중국 관영 통신사다. 중국 정부의 최대 정보수집기관이자 언론사로, 중국 공산당과 정보부에 대한 직접 보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홍콩 시위대가 신화통신에 불을 지른 건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며, 이를 중앙정부와 중국 대륙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고 시위대를 규탄한 이유다. 

시위대가 신화통신을 공격한 것은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한층 강화할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마치고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면서 홍콩 사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은 해당 조치가 온라인 언론 통제 등을 의미한다고 내다봤다.
 

2일 오후 5시경 홍콩 시위대는 완차이에 위치한 신화통신 홍콩사무소를 습격해 출입구와 창문을 부수고 붉은색 잉크를 뿌린 뒤 로비에 불을 질렀다. [사진=신화통신]

 

홍콩에서는 시위 장기화와 무역전쟁 등의 영향으로 홍콩 경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 9월 소매판매액이 299억 홍콩달러(약 4조4521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18.3% 급감했다고 2일 발표했다. 8월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홍콩 소매업계는 여전히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8월 소매판매액은 294억 홍콩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3% 급감했다. 이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해 최악을 기록했던 1998년 9월보다 더 가파른 감소치였다.

구체적으로 9월 귀금속, 시계, 선물용 고급사치품 판매액 하락 폭이 40.8%로 가장 컸다. 의류가 26.3%, 백화점 제품이 25.6% 하락했다. 이 밖에 의약품·화장품이 21.7%, 자동차와 관련 부품 판매액이 16.1%, 식품 주류 담배 소비액이 13.8% 줄었다.

홍콩소매업협회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았다"며 "시위 사태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10월 소매판매 감소율은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3.2% 감소했다. 2분기 0.4% 감소한 것보다 훨씬 더 악화해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이상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불황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된다.

3분기 GDP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2.9% 줄었다. 시장 전망치인 -0.3%보다 훨씬 나쁜 수준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시위로 인해 홍콩을 찾는 해외 및 중국 본토 관광객들의 발길이 멈추면서 관광 수입이 뚝 떨어졌다. 8월 홍콩을 찾은 해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감했다. 2013년 사스 사태 이후 최악의 감소폭이다.
 

지난달 20일 홍콩 몽콕 네이선로드에 있는 중국 휴대전화 브랜드 샤오미 매장에서 시위대의 방화로 불길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