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LG화학, 배터리 소송 진행상황에 미묘한 태도 차이

2019-10-31 18:00
LG "우리제품 따라해"vs SK "조사 지켜볼 것"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공방이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배터리 소송 진행 상황에 대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태도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LG화학은 경쟁자가 비합법적인 방식까지 불사하면서 1위인 당사 제품을 따라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조사를 지켜보겠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31일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오전 진행된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 진행상황을 묻는 질문에 "현재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내년 중에 최종 판결을 예상한다"며 "그전까지 조사를 지켜보면서 별도의 코멘트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한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이 지난 4월 2차전지 핵심기술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지역 법원에 제소하면서다.

올 초 인력유출 논란으로 촉발된 양사의 법정싸움은 반년 새 특허공방으로 번진 상황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이 과거의 부제소(不提訴) 합의 파기인지 여부를 두고 대립 중이다.

반면 LG화학은 지난 25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LG화학은 "경쟁자들이 비합법적인 방식까지 불사하면서 전지(배터리) 분야 1위인 당사의 제품을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송 진행과 관련해서 "ITC에는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가 있다. 증거개시가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했다"며 "현재 ITC는 소송 상대방이 증거 제출을 하지 않고 삭제한 파일에 대해 포렌식(Forensic)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 진행 상황과 관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은 ITC의 포렌식 조사결정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중요 정보를 담고 있을 만한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포렌식 조사를 명령했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개시절차(디스커버리) 과정에서 제출한 문서 중 특정 컴퓨터의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파일(문서번호 SK00066125) 내 적힌 980개 문서가 제출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증거개시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피고 입장으로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본적인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은 아닐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이익 330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5% 감소했다. 배터리사업은 재고 관련 손실 감소와 매출 증가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244억원 개선된 4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왼쪽)과 LG화학 직원들이 배터리를 살펴보고있다. 사진=각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