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이슈에 밀린 경제…경제살리기 대타협.논의 시급"

2019-10-27 14:09
전문가들 "정치적 판단 아닌 경제적 시각에서 경제 정책 접근해야"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묻혀 경제 문제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국 사태 이후 여야 모두 '광장 정치'에 매몰된 채 경제에 무관심한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중국 경기둔화,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민간이 투자를 늘릴 규제 개혁과 활성화 대책이 시급한데도 여야 모두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27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보완 법안, 데이터 3법, 벤처투자촉진법,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등 시급한 경제 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정책에 대해서도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빠르게 식어가는 근본 이유다. 중국의 경기 둔화, 일본 수출규제, 반도체 업황 악화 등 각종 대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수출은 11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데, 구조 개혁이 지체되면서 잠재성장률도 계속해서 내림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잠재성장률이 2.5∼2.6%로 낮아졌는데, 앞으로 더 낮아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국회는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와 민생 문제는 여야가 총력을 다해야 하는데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당도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한국경제가 순풍의 돛을 달고 있는 것처럼 왜곡된 통계로 국민을 호도했다"고 비판한다. 여야 모두 경제 해법 마련 논의를 위한 대타협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재계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경제가 버려지고 잊힌 자식인가"라며 정치권을 향해 하소연했다. 그는 "경기 하락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인데도 경제 이슈와 관련한 논의 자체가 실종된 것 같다"면서 "국민의 살림살이인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보다 더 중요한 정치·사회 이슈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정치적 대립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경제 정책을 정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합심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일단 지금은 기업들이 투자를 활성화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정부도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책보다는 재정 집행에 치중하는 모습만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성장률 2% 달성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다"면서도 "3분기 성장률 부진과 관련해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전분기 1.2%에서 이번에 0.2%로 급락했다는 점을 고려해 4분기에는 재정 집행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국감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