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댓글에 팔 걷은 카카오-국회... '제2의 설리' 막자

2019-10-27 13:34
카카오, 이달 말부터 연예 뉴스에 댓글 폐지... 인물 관련 검색어도 연내 폐지
박선숙 의원, 누구나 댓글 삭제 요청하는 법안 발의... 박대출 의원, '인터넷 준실명제' 제시

지난 14일 인기 걸그룹 멤버이자 배우로 활동하던 설리(25, 본명 최진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은 다름아닌 악플(악성 댓글)이다. 이를 계기로 ‘제2의 설리’를 막기 위해 인터넷업계와 국회에서는 댓글을 폐지하고, 인터넷 준실명제를 도입하는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이달 말부터 뉴스 서비스 연예면의 댓글을 폐지한다고 25일 밝혔다. 인물을 검색할 때 나오는 관련 검색어도 연내에 없앤다는 계획이다.

카카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댓글란이 ‘공론의 장’이라는 순기능보다 인격 모독이 난무하는 역기능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연예면 기사는 연예인 한 사람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댓글에 인격 모독, 혐오 표현들이 다른 기사에 비해 더 많다고 카카오는 설명했다.

카카오는 이번 연예 기사 댓글 폐지를 시작으로 댓글 서비스를 개선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기술적으로 댓글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혐오 표현과 인격모독성 표현 등에 대해 더욱 엄중한 잣대를 가지고 댓글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는 뉴스 댓글 정책을 언론사가 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추가로 정책을 변경할 예정은 없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악성 댓글을 불법 정보에 포함시켜 누구나 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악성 댓글에 공격당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를 본 사람 누구나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박 의원 측은 “혐오 표현 등은 특정 개인 또는 집단에 편견을 야기하고 증오를 선동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장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어, 혐오 표현 등의 정보통신망에서의 유통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법안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인터넷 준실명제’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댓글을 단 아이디를 모두 공개하고 IP도 공개해 이용자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네이버 뉴스 서비스 댓글에선 이용자의 아이디를 절반만 볼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이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박대출 의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익명에 숨은 폭력이자 간접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넘어 언어폭력의 자유, 간접살인의 자유까지 허용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5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69.5%가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했다.

 

조수용(왼쪽),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뉴스 서비스, 댓글 정책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