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586세대, 불로장생 욕심 버려라"
2019-10-22 08:11
"진짜 위기는 경제 현실 외면하는 것"
친노조·반기업 정책 모두 정반대로 '대전환' 필요
한·일 갈등도 '11월 고비'···정치적 타협점 찾아야
친노조·반기업 정책 모두 정반대로 '대전환' 필요
한·일 갈등도 '11월 고비'···정치적 타협점 찾아야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만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경기 하강 폭이 가장 큰 가운데, 경기를 억누르는 각종 정책들이 더해져 최악의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주장이다.
오 회장은 금융, 정보통신기술(ICT), 핀테크 업계 등이 모여 국내외 금융과 경제 정책 등을 논의하는 한국금융ICT융합학회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다.
◆"11월, 일본과 갈등 정점··· 파국 막아야"
오 회장은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 갈등, 한·일 외교 갈등, 세계 경기 침체 등 대외적인 악재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중 통상전쟁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가 한국"이라며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약 26.8%(2018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3분기 미·중 무역갈등과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인 6.0%에 그쳤다. 중국의 산업화를 동력 삼아 함께 성장해온 한국 역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게 그의 평가다.
여기에 더해 오 회장은 한·일 간 마찰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강제징용 배상이나 위안부 문제 등을 두고 한·일 간 견해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11월이 가장 큰 고비"라고 말했다.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공식 종료와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한·일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 회장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자금 500억 달러(약 60조원)가 빠져나갈 경우 국내 경제가 연쇄적으로 무너질 정도로 치명타"라며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핵심 소재, 장비 역시 하루아침에 국산화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 악영향, 안보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한·일 간 정치적 타협책을 모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경제 현실 외면' 가장 큰 문제"
오 회장은 이 같은 어려운 외부 상황에 더해 정부가 경제를 옥죄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근로시간 단축, 주 52시간제, 친노조 정책 등이 그가 꼽은 대표적인 '나쁜 정책'이다. 여기에 기업을 죄인으로 보는 '반기업 정서'까지 더해져 기업 경영자들은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는 주장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데도 이 같은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로 '경기 무지'와 '이념 편향'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현 정부가 경제 위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기변동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념대로 경제 정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과거 운동권 세대들이 현 정부의 요직을 맡으면서 경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으며, 경제위기를 쉽게 언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는데, 경기가 어려운 탓을 다른 이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현실을 인지해야만 다음 처방이 나오는데, 진단조차 못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리 없다"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덧붙였다.
◆"586세대, 일반 국민들의 삶과 괴리감 크다"
오 회장은 586세대(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국회 청문회를 보면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 재산이 70억~80억원에 이를 정도"라며 "일반 국민들의 삶과 괴리감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이들이 경제력과 권력을 독점하면서, 이를 자식 세대로 세습하려고 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65세 정년연장'에 대해서도 "인구 고령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재력과 권력을 가진 586세대들이 불로장생하자는 욕심"이라며 "장기적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 간에 일자리를 두고 '세대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는 청년 실업률은 7.3%(9월 기준)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30%에 육박한다"며 "청년 450만명 중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그냥 쉬는 청년 등을 합하면 실제로 노는 청년은 1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권 초기 거창하게 내세웠던 일자리 상황판은 모습을 감춘 지 오래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문 정부가 정부 재정을 투입해 노인 일자리, 단기 알바 등을 만들어 실업률을 낮췄지만 근본적으로 제조업을 활성화시키고, 청년들의 진짜 일자리가 늘어났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기존 정책 모두 뒤집는 대전환기 맞아야"
오 회장은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경제학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하강기에는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전통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낮추기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법인세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여섯째로 높다"며 "우선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 1·2위로 꼽히는 스위스와 싱가포르는 법인세가 각각 18%, 17% 수준"이라며 "반면 우리는 지난해부터 법인세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기존 22%에서 3% 포인트 높아진 25%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친노조 정책, 반기업 정책 등이 더해져 국내 기업들이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돌아오고, 해외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촉진하려면 최소 20% 이하로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기업인들에 대한 과도한 형벌을 줄이고, 노조 파업 시 대체 인력을 허용하는 등 기업이 강성노조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들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봤다. 그는 "지금 시행하고 있는 모든 정책을 정반대로 '대전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살아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