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지방 부동산시장이 던지는 메시지
2019-10-16 14:16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모두가 서울 강남 집값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지방 부동산시장을 살펴봤다.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경북·경남·충북은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울산·충남·강원·부산도 10% 이상 하락했다. 집값 하락세도 장기화되고 있다. 충북·경북·충남·경남은 40개월 이상, 제주·울산·부산·강원·전북은 20개월 이상 하락하고 있다. 아파트 시세 기준으로 경남 거제·창원, 울산 북구 및 경북 포항 북구 등은 최고점 대비 20∼30%씩 떨어졌다.
물론 지방 부동산시장이라고 해서 모두가 나쁜 것은 아니다. 대구를 비롯한 일부 광역시는 나쁘다고 하기 어렵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악화가 곧바로 금융시장에 큰 위기를 발생시킬 것 같지도 않다. 지방 아파트 값이 최고점 대비 20∼30%씩 떨어져도 과거의 버블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본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치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정책도 시차(時差)가 있다.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지방 부동산시장의 어려움을 확인할 때는 이미 늦었다. 대개 시장의 이상징후는 3∼6개월 정도가 지나야 각종 지표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때부터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자 한다면 또다시 3∼6개월은 걸린다. 대책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는데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상황이 심각해지기 1년 내지 1년 반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충격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년에도 지방 부동산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 지금부터 대책 수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수도권과 지방으로 지역 부동산시장이 양극화되어 있다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그런데 수도권 주택시장이라도 평택·오산·안성·안산과 같은 경기도 외곽지역의 주택시장은 지방보다 주택가격의 하락 폭이 더 컸다. 한편, 작년까지 활황세를 보였던 수도권의 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최근 들어 매매가 하락과 거래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지방이라도 광역시의 부동산시장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고, 지방도는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 또한 광역시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상황은 아니다. 권역별 리스크를 비교해 보면 부산·울산·경남권이 가장 위험하다. 충청권은 재고 주택시장, 강원과 경남은 신규 주택시장의 리스크가 크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은 지역별·상품별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와 지방도라는 양극화 프레임으로만 부동산시장을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부동산정책도 차별화된 시장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접근해야 한다.
2016년 24곳으로 시작했던 지방의 미분양 관리지역은 지금 38곳으로 늘었다. 거시경제 성장률 하락, 제조업 위축과 민간투자 감소세 등을 감안하면 지방 부동산시장의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정책의 시차를 고려하여 지금부터 지역별·상품별로 차별화된 부동산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