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방송 시대 만들어진 규제, 유료방송시장 발전 저해"
2019-10-11 18:24
한국언론학회, 유료방송 제도개선 세미나 개최
실시간 방송이 중심이었던 과거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현행 규제에 대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유료방송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같은 규제는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제연구소 박사는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유료방송 생태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실시간 방송에 맞춰진 현재의 규제 체계가 유료방송시장 성장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채 박사는 "콘텐츠 이용자들이 비실시간 방송 위주로 시청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방송 시청 행태 변화를 고려한 유료방송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유료방송 상품 구성이 단순한 것도 수익구조 개선에 한계를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케이블SO의 전년대비 방송매출은 1.9%, 영업손익은 10.9% 줄어들었다. SO 사업자 간에는 서비스 종류와 상품 구성, 가격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수익원인 VOD 매출도 감소 추세다. SO의 VOD 매출은 2014년 1702억원에서 2018년 156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IPTV의 VOD 매출은 같은 기간 3972억원에서 6590억원으로 증가했다.
채 박사는 "유료방송사업자의 단순한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사업자의 채널 구성과 운영을 위한 규제가 중첩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료방송시장은 '유료방송사-PP방송프로그램 공급계약 표준계약서', '유료방송시장 채널계약 절차 관련 가이드라인', '공정한 채널계약 및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한 가이드라인' 등 다양한 지침이 재허가 심사 시 반영된다.
기존의 규제를 원점에서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동균 KISDI 연구원은 "국내에서 유료방송 플랫폼들끼리 경쟁하던 시기는 지났는데도 OTT를 통한 미디어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를 무시하고 방송법과 IPTV로 이원화된 규제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데 논의가 집중돼 있다"며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국내 방송사업자들이 최소한의 재생산 능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정책당국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곽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도 넷플릭스가 등장한 후 유료방송 요금 인상폭이 두드러지게 둔화됐다"며 "요금규제를 포기할 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방송시장과 관련한 정책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합산규제에 대해 국회에 보고를 해야하니 기존 정책들이 업데이트된 것"이라며 "청사진과 목표가 없으니 추진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