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버블의 교훈··· 인터넷도 블록체인도 '2세대'서 성공

2019-10-10 10:07
-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회장

1999년 인터넷 버블 초기, 지금은 식상한 마케팅 수법이라 잘 사용하지도 않는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골드뱅크’. 지금은 SNS의 기본 기능이며 전 세계 어디든 인터넷만 있으면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아이디어 하나로 당시 시가총액이 포스코를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던 ‘새롬기술’. 이들은 반짝 화려한 빛을 내뿜고 버블 붕괴와 함께 사라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 기업이 빠르게 소멸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그 당시 인터넷 환경과 하드웨어의 처리 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이들 사업 모델은 이론상의 청사진에 불과할 뿐 실제 가동되어 고객 확보와 수익이 발생되는 실수익 모델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기술적 문제점들이 하나둘 해결되고 무어의 법칙에 따른 반도체의 기하급수적 연산처리 속도 향상으로 현재의 인터넷 환경이 완성되면서 당시로서는 예측조차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인터넷 기반의 혁신 기업이 탄생했다.

이렇듯 역사에 나타난 모든 버블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었지만, 버블의 경제적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철도 투기 열풍으로 운하와 철도가 많이 보급됐지만 결국 투자자들은 돈을 잃었다. 그러나 버블 후에도 운하와 철도들은 여전히 거기에 남아 있었고, 이들 인프라는 추가되는 노력과 비용을 절약하게 해주면서 관련 산업 발전의 대동맥이 됐다.

마찬가지로 2001년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버블을 기준으로 과도한 투자를 했던 광통신 회사들은 광섬유 케이블을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들 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그러나 가격이 폭락한 광섬유 인프라 덕분에 전 세계의 인터넷망이 조기 구축되면서 애플·구글·에어비앤비·우버 등 신흥 인터넷 기업들이 등장할 수 있었고, 이러한 측면을 보면 버블에 의한 인프라 과잉 투자가 신기술이 탄생하고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종종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본다.

최근 블록체인 투기 버블이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은 큰돈을 잃었다. 인터넷 버블 초기와 마찬가지로 2017년과 2018년 초에 커다란 자금을 모아 뭇 사람들의 부러움을 얻었던 I사, H사를 비롯한 국내 유명 기업들은 거의 붕괴 수준이라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반면에 인터넷 버블의 학습효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뒤늦게 등장하는 잘 준비된 블록체인 기업들이 최근 속속 시장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의 클레이튼에서 사용되는 암호화폐 ‘클레이’가 지난 9월 26일 상장돼 본격 모습을 드러냈고, 아직 출시를 못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비롯해 금융권 및 관련 서비스업체들은 R3의 코다(Corda)와 IBM의 하이퍼렛저를 기반으로 하는 실용화된 서비스를 발 빠르게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블록체인 시장은 급속도로 새 멤버로 재편되고 있다. 불법 다단계가 판을 치던 ICO(암호화폐 공개) 시장은 이미 한참 전에 자취를 감췄다. 지난 2년 넘는 기간 동안 다단계 조직을 기반으로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투기 자금이 몰려들어 거대한 ICO 버블을 만들었으나, 기존 버블과 달리 ICO 버블은 블록체인 산업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그냥 투기를 위한 집단 사기 광풍에 불과한 버블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

이는 버블에 편승해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던 기업들의 지리멸렬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실망감이 아닌가 싶다. 이제 준비된 블록체인 2세대 기업들이 본격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에 투자기회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또 스타트업들은 이들 준비된 기업과 연계되는 특화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또 다른 사업 기회가 될 것이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사진=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