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탄핵 조사 협조 안해"...민주당과 공방 가열

2019-10-09 15:05
펠로시 "수사 비협조는 대통령 사법방해 추가 근거"

미국 백악관이 민주당 주도로 하원에서 진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탄핵 조사를 둘러싼 백악관과 하원의 대립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날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에 9쪽짜리 서한을 보내, 하원의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며 비협조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외압을 넣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하원 주도의 탄핵 조사에 직면했다.

시펄론 고문은 서한에서 이번 탄핵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한 찬반 표결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고, 탄핵 조사는 2016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백악관의 이번 결정은 국무부가 이날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에게 의회 증언을 거부하도록 지시한 뒤 나온 것이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하원이 탄핵 조사를 개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 수호 맹세를 저버렸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의 탄핵 조사 비협조는 “사법 방해의 추가 근거로 간주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 착수 이후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의혹과 연루된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의회 증언대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줄줄이 보낸 상태다.

CNN은 "백악관의 이날 서한은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에 정치적인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탄핵을 둘러싼 백악관과 하원의 갈등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이 탄핵조사 비협조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조사는 실질적 진전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치적 공방이 가열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