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더 든든한 고용 안전망 구축을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
2019-10-11 06:05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우리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모든 국민이 그간 경험하지 못한 대량 실업의 위험에 노출됐다. 이때 실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 것이 1995년 시행한 고용보험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일자리를 잃은 많은 분이 일정 소득을 유지하면서,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일자리로 취업이 가능했다. 고용보험이란 안전장치 덕에 많은 이가 실업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최근 기술의 진보와 세계화의 진전 및 산업구조의 변화로 노동시장에선 구조조정이 상시화되고, 플랫폼 노동 등 새로운 형태의 고용도 점차 늘고 있다.
긱 경제(Gig Economy)로도 일컬어지는 이런 경향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실업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자리 안전망 강화가 우리 노동시장의 새로운 과제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노사 등의 논의를 거쳐 일차적 일자리 안전망인 고용보험제도를 강화했다.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사업주의 고용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올해 10월 1일부터는 구직급여 지급 수준과 기간을 늘리는 등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취업 취약계층들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용보험은 취업자의 55%에만 적용되고,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경력단절 여성 등은 아직도 제도의 보호 밖에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저소득층(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의 실업급여 경험률은 10%에 못 미친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소, 일자리를 찾거나 일하는 모든 분이 일자리 안전망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 추진 방안을 발표했고, 9월엔 근거법인 ‘구직자 취업 촉진 및 생활 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와 같이 소득지원이 취업 성과 제고로 연결되도록 소득지원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결합하는 데 중점을 뒀다. 우선, 모든 취업 취약계층이 정부의 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신설했다.
또한 저소득 구직자(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와 청년층(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등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은 구직촉진수당(월 50만원, 최대 6개월)을 지원받을 근거를 마련했다. 수당을 받는 사람에게 구직활동 의무를 부과해 불이행하면 이를 중단하도록 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제도가 시행되면, 우리나라에도 독일·스웨덴 등 주요 OECD 국가와 같이 ‘실업급여-실업부조’의 중층적 고용 안전망이 구축되고, 연간 235만명 이상의 취업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저소득 구직자에겐 맞춤형 취업 서비스와 소득지원을 결합해 빠른 재취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시 저소득 구직자의 취업률은 약 17% 포인트 증가하고, 빈곤율은 감소(빈곤 갭 23.2%→20.8%)할 것이라고 한다. 노동시장 이동성이 증가하는 최근의 변화에 대응하고, 일자리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던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새롭게 마련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과 예산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상담 인프라를 확충하고 취업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나가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하면 모든 국민이 고용불안에 충분히 대비하고, 취업취약계층이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마련될 것이다. 빈틈없는 일자리 안전망 위에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 실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