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항룡유회(亢龍有悔)의 교훈
2019-10-09 07:00
"승천해 하늘 높이 올라간 용에겐 회한이 따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높은 지위에 올라도 '초심' 잃지 말아야
오만과 독선은 금물…국민 목소리 '경청'해야
사람도 마찬가지…높은 지위에 올라도 '초심' 잃지 말아야
오만과 독선은 금물…국민 목소리 '경청'해야
순풍에 돛단배처럼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된다. 강한 에너지의 정점은 소멸이 아니던가. 모든 일이란 극에 달하면 반대로 변한다. 순경의 때를 맞으면 거안사위(居安思危)해야 한다. 안전할 때에도 위험을 생각하며 신중해야 한다. 이것이 주역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첫 번째 가르침이다.
사람은 너무 높은 지위에 오르면 대개 어려울 때의 자기 초심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 높은 지위에 오르면 교만해지고 남을 무시하기 쉽다. 주변의 올바른 충고나 충직한 부하의 보필을 받기 보다, 간신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주역 '계사전(繫辭傳)’은 "덕미이위존자 무화자 선의(德微而位尊者 無禍者 鮮矣)"라고 했다. '덕이 미약한 사람이 존귀한 자리를 맡게 되면, 허물을 가지지 않는 자가 드물다'는 뜻이다. 우리는 현재의 대통령에게서 그 전형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개천절날 광화문에는 엄청난 민초들이 모여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평소에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조금만 소통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광풍의 항의 시위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국론 분열이 아니라고 말하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가 평소에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인지 알 만하다.
법과 도덕을 위반한 사실이 명백한 파렴치한 자를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야 하는 수장 자리에 임명함으로써 생겨난 사단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온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사법권, 법원, 검찰, 경찰, 구속, 압수, 수색, 영장, 검사, 판사 법과 관련된 언어가 모든 언론 매체를 뒤덮고 있다.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그는 참으로 완고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씻고 듣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자기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 방송에서 “국민들이 대통령은 물러나라는 집회를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라는 질문에 “국민의 손을 잡고 설득하고,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끝장토론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또 “살면서 적을 만들지 않을 수 없지만, 가장 큰 적은 나 만을 고집하는 나 자신이다”라고도 했다.
그는 국민을 붙잡고 설득하거나 광화문에 나와 토론도 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을 적으로 만들었고, 자기의 생각만을 고집함으로써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군자는 언행일치해야 한다는 덕목을 잃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는 독재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즉,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편향된 역사관에 매몰돼 ‘역사와의 대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임기내에 무리를 해서라도 자기가 생각하는 이념이나 정의를 실현해 놓으면, 역사와 민족은 자기를 위대한 사람으로 평가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라나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기의 계획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공론에 붙여 헌법과 법률에 맞게 추진해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성공할 수 있다. 요즘 국민의 의식 수준은 위정자들보다 이미 몇 수 위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나 발상일지라도 혼자의 오만과 독선으로 추진된다면, 실패의 길을 걷게 되어 있다.
물속의 물고기도 물이 있어야 헤엄을 칠 수 있고, 나는 새도 바람이 있어야 날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국민의 지지와 운(運), 그리고 때(時)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사람은 정점에 올랐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다. 겸손하게 자기를 낮출 수 있어야 성공의 자리를 영예롭게 지킬 수 있다. 산은 올라가기도 힘들지만, 내려올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으로 말미암아 국난을 당했다고 해서 절망해서는 안된다. 위기는 인간과 국가를 단련시키는 좋은 계기가 된다. 역사를 살펴보면 국난을 당했으나, 이를 극복한 나라가 더 크게 번성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전횡으로 나라의 안보, 경제, 외교, 국방, 국론의 분열 등 엉망이 되었지만, 이러한 사태에 너무 충격을 받아 특단의 돌출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위에는 하늘, 아래에는 땅이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역은 "땅은 위에 있고, 하늘은 아래에 있는 것이 좋다”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하늘과 땅이 거꾸로 돼 있으면, 서로의 위치가 불안정해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모순이 있어야 충돌이 생기고, 충돌이 있어야 변화가 생겨나서 발전하게 되는 이치다.
중국의 현대 철학자 런지위(任繼愈)는 '중국철학사'에서 '역경(易經)'을 인용해 “사물은 변화 발전해야 미래가 있어 길(吉)하고, 정체되거나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어 흉(凶)하다”라고 설명했다.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정체된 상황보다, 위태하지만 변화하는 것이 길(吉)한 것으로 본 것이다.
최근의 반(反) 대통령 국민 시위는, 잘못된 대통령의 의사 결정에 대한 변화를 열망하는 에너지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미래에 더욱 밝은 빛을 비출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은 문제의 원인이 된 사실에 대해서 팩트를 체크하고, 진실의 잣대를 대어보고,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냉정하고 세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수 백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통치 행위에 항의를 하기까지, 적지 않은 인내와 망설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희생을 아끼지 않고 참여한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다만 대의정치가 헌법정신인 만큼 국민들이 직접 의사를 표현하는 대중 민주주의적인 가두시위는 좌우를 막론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항룡유회(亢龍有悔)! 오만과 독선으로 뭉쳐진 용이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은 결코 길한 일이 아니다. 내려올 때 경착륙을 면하려면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와 국민이 모두 불행해진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