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서 잠복기 거쳐 발생…살처분 3㎞ 뚫은 2차 감염

2019-10-07 15:55
1차 감염 파주서 시간 지나자 연이어 추가 확진
파주·김포·강화 모두 살처분…연천, 살처분 대상 10㎞로 확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같은 지역에서 대규모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발생 농가에서 전염된 뒤 잠복기를 거쳐 확산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발생 농가 반경 3㎞인 살처분 범위를 더 넓혀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4일 강화와 파주, 김포의 경우 도축 출하 돼지를 제외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고, 경기도 연천에 대해서도 발생 농장 반경 10㎞ 이내의 돼지 살처분 계획을 밝혔으나, 또다시 한 템포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은 모두 13곳이다. 파주와 연천을 시작으로 김포와 강화까지 번졌다.
 

[그래픽=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7일 파주시 연다산동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튿날인 18일 연천에서 확진됐고, 5일 뒤인 23일 김포시, 24일 파주에서 다시 나왔다. 이어 강화도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정부는 강화군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이후 잠잠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 2일부터 파주 곳곳에서 다시 발병했다. 13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이미 한번 확진됐던 김포에서 발생했다. 한번 발생했던 지역에서 다시 확진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병지역에서 2차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잠복기는 보통 4일에서 최대 19일로 본다. 즉,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처음 발병한 뒤 보름 정도 뒤에 다시 파주에서 발생한 것은 잠복기를 거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후에는 엄격한 차단을 해도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있고, 이 시기 차량 이동 관리가 안 됐다면 어떤 질병이든 이동 가능성이 있다"며 "확진 전에 옮겼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방역이 시작된 이후에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이라면 명백한 방역 실패"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확진됐을 당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발생 농가 반경 3㎞로 설정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행동지침 및 규정(SOP)에 명시된 500m보다 넓은 범위다.

1차 발생지인 파주시 연다산동과 지난 2일 열번째가 확진된 파평면의 거리는 무려 15㎞ 이상 떨어져 있다. 살처분 대상인 3㎞를 몇 배나 뛰어넘는 거리다. 만약 파주 내에서 2차 감염이 이뤄졌다면 이 3㎞ 설처분 범위가 효과가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금의 방역 방식으론 한반도 남쪽에서도 돼지는 절멸의 상태로 들어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매우 비윤리적으로 들리겠지만 최소한 차량(사료, 분뇨, 돼지 이동) 동선에 걸려 있는 돼지는 다 선제적으로 폐사시킨다는 정도의 공격적 방역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번지자, 정부는 지난 4일  강화와 파주·김포에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 수매 신청을 받아 도축해 출하하는 돼지를 제외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경기도 연천에 대해서도 발생 농장 반경 10㎞ 내의 돼지를 없앨 예정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 대책회의에서 "(예방적 살처분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지역이 경기 북부 지역에 집중됨에 따라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농가에서 이해해달라"며 "수매와 살처분을 조기에 집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파주에서는 1만454마리, 김포에는 3290마리의 수매 신청이 각각 들어왔다. 연천에서는 22개 농장 3만4000여 마리를 대상으로 수매 신청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는 수매를 완료하는 대로 농가별로 남은 돼지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을 할 방침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17일 이후 총 13건이 발생해 돼지 14만5546마리가 살처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