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궈타이밍 회장, 대선 출마 대신 '대만판 리브라' 개발

2019-10-07 11:15
"中 가상화폐 규제 엄격...대만에 좋은 기회"
페북 리브라 동맹 흔들...페이팔, 전격 탈퇴

대만 대선주자로 꼽혀왔던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회장이 '대만판 리브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7일 대만 온라인 경제사이트 쥐헝(鉅亨)망에 따르면 궈 전 회장은 지난 3일 대만 위산과학기술협회에 참석해 "궈타이밍 학원(학교)을 설립해 페이스북의 가상화폐인 리브라와 같은 '대만판 리브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중국은 블록체인 탈중앙화에 대한 관리·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리브라를 도입할 수 없다"며 "대만에서 '대만판 리브라'를 만든다면 대만이 세계와 중국 사이에서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상화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개발하는 새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란 블록체인이라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통화를 말한다. 거래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작업에서 여러 금융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어 저비용으로 신속한 거래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리브라 협회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28개 업체가 참여한 기구로, 참여 업체는 최소 1000만 달러씩을 리브라 출시와 운영 등을 위한 자금으로 투자할 예정이었다.

궈 전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연구하고 있다"며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대만판 리브라 구축 등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그는 블록체인 기술뿐 아니라 탈중앙화라는 혁신을 해야 한다며 "대만은 가상화폐에 대한 개방적인 입법 환경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 도입을 위해서 이에 맞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유능한 인재, 세계 창업 자본가, 자본을 유치해 새로운 혁신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때 2020년 대만 총통선거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궈타이밍 전 회장은 최근 불출마를 선언,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려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페이스북 리브라는 최근 큰 암초에 직면한 모습이다. 여러 규제 압박 등과 함께 페이팔 등 주요 사업자가 이탈하면서 결제 서비스에 혁신을 불러오려던 페이스북의 행보에 회의적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의 리브라협회 출범이 발표되자 미국과 유럽 각국 의회와 규제 당국은 곧바로 리브라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리브라협회 참여 업체들이 사용자 정보보호를 어떻게 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들이 리브라를 활용해 돈 세탁을 하는 것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상가상 페이팔이 리브라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선언하면서 페이팔에 이어 다른 기업들이 줄지어 리브라 협회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구축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꿈'은 동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