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추정 발사체로 美 압박...북미협상 비관론 커져

2019-10-02 16:29
미국에 안전보장 필요성 환기...압박 의도
"합의 도출 어려워...의견 좁히기에 집중"

북한이 오는 5일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 잠수함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을 겨냥한 ‘압박용’이란 분석과 함께 협상이 난항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美에 안전보장 필요성 강조하며 압박하려는 의도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일 오전 7시 11분쯤 강원도 원산 북방 17㎞ 일대에서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SLBM을 발사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7월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찰 보도를 통해 공개한 2000~3000톤급 신형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북극성-3형일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주목할 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기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전날 담화를 통해 미국과 오는 4일 예비접촉 후 5일에는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북미)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이 가속되기를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 부상의 발표가 있은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12시간여 만에 북한은 동해상에서 SLBM을 쏘아 올렸다. 이번 발사체 발사가 실무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자,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북한은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협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북한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날이 갈수록 대단해지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이번에는 미국이 여기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길 바라는 걸로 보인다”며 “만약 다시 한번 회담이 실패한다면 북한은 앞으로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북한이 비핵화 대화와 관련 메시지를 발표한 후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 패턴을 반복하면서 체제안전보장을 의제화하려는 게 아니겠냐는 해석도 있다. 지난달 9일에도 북한은 최 부상의 담화를 통해 ‘9월 하순쯤 북·미실무협상 토의 용의’를 밝힌 후 이튿날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양측 입장 차이 드러나는 자리될 것" 

북한이 발사체 발사로 대미 압박 수위를 고조시키면서, 다가오는 실무협상 결과를 비관하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미국의 소리(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은 북한과 미국이 북핵 협상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번 실무협상에서도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와 입장이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미국의 제안 수용 여부만을 확인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에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 등을 앞두고 있어 이 제안을 수용할지 미지수라고 세이모어 조정관은 진단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번 북미협상에서 어떤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는 시작이 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안보리 제재의 틀을 흔들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 외의 핵시설에 대한 제한을 받아들인다면, 미국도 그 대가로 일부 대북제재 완화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번 협상에서는 향후 몇 개월 동안 이어질 후속 실무협상 일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