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이번 국정감사에 바란다

2019-10-02 00:00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여섯째)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진 가운데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제20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상식이자 바람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내년 4월 15일로 예정된 제21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 열리면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도가 다른 국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국감의 사전적인 의미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을 일컫는다. 국감은 제헌 헌법에 규정되면서 시작됐다. 1972년 7차 개헌에서 폐지됐다가 1987년 9차 개헌 때 다시 명문화됐다. 다른 국가에서 국정감사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는 예는 드물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지정, 감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 국정조사는 특별한 사안에 대해 국회 의결에 따라 수시로 열린다는 점에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열리는 국정감사와 다르다.

국정감사를 하는 소관 상임위원회는 감사와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 등을 관계인 또는 기관 기타에 제출토록 요구하고, 증인·감정인·참고인에 출석을 요구하고 검증을 할 수 있다.

특별히 규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이에 응해야 하고 위원회의 검증 및 기타의 활동에 협조해야 한다.

다만, 감사는 공개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할 수는 없다.

올해 국감도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입제도 개편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 북한 비핵화 협상과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외교적 현안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

하지만 국감 시작도 전에 이미 ‘맹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현안들이 묻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나흘에 걸쳐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도 ‘기-승-전-조국’으로 끝났다.

국감에서도 조 장관의 검찰 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 자녀 입시 특혜 의혹,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 등이 상임위별로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들은 각각 법제사법위원회, 교육위원회, 정무위원회 등과 연관이 있다. 이 밖에도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간접적으로 연결된 상임위들이 있어 조 장관 이름은 국감 내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에 비해 국감 분위기가 한산해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야당들도 조 장관에 대한 더 강력한 한방을 준비하느라 정책 질의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 보인다.

국회에는 현재 1만건이 넘는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율이 30%도 안 되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예년과 비슷한 점도 있다. 바로 ‘기업인 증인 줄세우기’ 관행이다. 원래 국감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감사하는 것이다. 국회가 행정부 견제 기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자리란 얘기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감 때만 되면 기업들에 대한 증인 신청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국감을 받는 대상 기관은 △정부조직법 등 법률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특별시·광역시·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 한국은행,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기타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기관 등이다.

국회의원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굳이 대기업 총수나 대표를 증인석에 세워놓고 ‘호통’을 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질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증인들에게 답변할 시간은 많지 않다.

국감은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이런 자리가 조 장관에 대한 공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감의 일부분인 조 장관 문제가 국감 전체를 뒤덮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면 안 된다. 피해는 국민이 본다. ‘조국 사태’는 국정감사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기로에 서 있을 정도로 소위 ‘밑바닥 경제’가 좋지 않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끼인 대외적인 여건도 불안정한 상태다.

조 장관에 대한 문제는 검찰 수사에 맡기고, 여야는 입법과 민생을 살피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번 국감은 20대 국회 마지막이다.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가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현안을 챙기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