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세 인상 현실화...소비 위축 등 부작용 경계 여전

2019-10-01 16:16
1일부터 8%에서 10%로 인상...경제지표 하향 신호
포인트 환원 등 조치에도 경기침체 경계감 그대로

일본의 소비세율이 오늘(10월 1일)부터 기존 8%에서 10%로 오른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소비세 인상 하루 전인 30일 전국 각지에서 교통 정기권이나 맥주, 생활용품 등의 사재기 열풍이 일었다. 세금이 오르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사두려는 '선행 소비'가 일어난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매장도 적지 않았다. 증세분을 적용한 결제 시스템 전환 등 증세 준비에 분주한 가운데 포인트 환원·경감세율 제도의 도입을 두고 고민하는 매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증세에 따른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공교롭게 일본은행이 발표한 경제지표도 좋지 않았다. 

◆제조업 체감 경기 최악..."사회보장제도 위해 필요한 조치"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 9월 전국기업경제단기관측조사(短観·단칸) 결과를 발표했다. 단칸은 일본은행이 각각 자본금 10억 엔 이상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등을 대상으로 회사 실적과 고용 등을 조사해 경기동향지수를 산출하는 통계 조사다. 1년에 한 번씩 공표한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모두 경기 상황이 악화됐지만 시장의 예측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봤다. 다만 지난달 업황판단지수(DI)는 지난 6월 대비 2포인트 떨어진 플러스 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6월 이후 최근 6년 3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DI는 제조업 분야 대기업의 최근 경기 판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9월 30일 일본 도쿄의 한 드러그스토어에서 점원이 일본 사케의 가격표를 다시 교체하고있다. [사진=AP·연합뉴스]


통상 물가가 오르면 사람들은 돈을 쓰기보다는 절약하는 데 집중한다. 돈이 돌지 않으니 경기가 얼어붙는다. 실제로 지금까지 소비세를 올릴 때마다 소비 위축이 일어났다. 여기다 세계 3위 경제국으로서 미·중 무역전쟁과 중동발 유가 변동,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불매운동 등 경제에 타격을 줄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소비세율 인상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 없다"면서도 "사회보장비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사회보장비의 재원 부족으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추가 세수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국민의 안정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증세를 통한 추가 세수분은 초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입될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전면 실시 △고령자 고용 촉진 △노동 개혁 등을 공약했다. 관련 복지 정책을 추진하려면 재원 확보가 필수다. 세수를 늘려 부채를 줄이는 재정건전화가 시급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험 부담을 안고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증세를 추진한 이유다. 

◆안전장치 마련했지만...소비위축 경계감 여전

일본 정부의 소비세 증세 조치는 이번이 세 번째다. 매번 소비세를 올릴 때마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소비 증세=경기침체'라는 공포 이미지가 생겨났다. 시장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포인트 환원 제도가 대표적이다. 2%포인트의 소비세 인상분을 포인트나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이 골자다. 장기적으로는 경감세율 제도도 운영할 예정이다. 술과 외식 상품을 제외한 식료품과 신문(정기구독)에 대해서는 소비세를 8%만 받는 것이다. 
 

9월 30일 일본 도쿄에 있는 한 가전제품 매장에 '8%에서 10%로 소비세 인상'이라는 내용이 적힌 현판이 배치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조건부 감세 제도도 마련했다. NHK에 따르면 앞으로는 대출을 통해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 소득세를 면제해주는 '주택융자감세'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증세 이후 신차를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매년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배기량에 따라 영구 인하하는 조치 등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침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세일' 등 특정 조건에서는 사업자가 추가 금액을 받을지 여부를 자율 판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세금이 오르면 소비가 위축되는 앞선 경험에 따라 방어를 취한 것이지만 시장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세 징크스'에 대한 경계감이 해소되지 않자 아베 총리는 증세가 시작된 1일 기자들과 만나 "소비세 인상에 따른 영향을 확실하게 주시하고 만전의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사회보장 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경기에 미칠 충격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주문에 따라 증세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대규모 부양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경기 악화의 징후가 보일 경우 예산·세제를 활용해 약 2조엔(22조1542억원)이 넘는 경기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