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檢 압박 사흘 만에 윤석열에 직접 "자체 개혁안 내라"

2019-09-30 20:43
文대통령, 曺장관 취임 후 첫 법무부 업무보고…"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
대규모 檢개혁 촉구 촛불시위 후 압박 강도 높여…靑 vs 檢 전면전 양상
"제도적 개혁은 법무부. 檢 조직문화는 檢이 앞장"…檢 내부 동요 감지도
피의사실공표·형사부 강화 손수 보고받아…감찰부장 등 檢조직 수술 예고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검찰이 앞장서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며 "신뢰 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고리로 검찰을 압박한 지 사흘 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배석하지 않은 윤 총장에게 검찰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인사권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혀진다.

문 대통령의 첫 번째 경고 메시지(9월 27일)를 시작으로, '대규모 검찰 개혁 촛불집회(28일)→윤 총장 입장문(29일)→문 대통령의 재압박(30일)' 등 메가톤급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청와대와 검찰 간 제로섬(영합) 양상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관련 기사 6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고 "검찰권 행사의 방식이나 수사관행, 조직문화에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모든 공권력은 국민 앞에 겸손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이 보고한 피의사실 공보준칙 개정안,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에 대해 "필요한 방안"이라고 힘을 실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검찰개혁단 등을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더 수렴하고 내용을 보완해 장관과 관련된 수사가 종료되는 대로 내용을 확정·시행하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보고에서 조 장관은 공석인 대검찰청 감찰부장과 대검찰청 사무국장의 인사를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수용의 뜻을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장은 검찰 내부를 단속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자리다. 사무국장은 인사·예산·복지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이는 인사를 통해 검찰의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조직문화 개선에도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의 거센 저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이 검찰에 '겸허하게 반성하라'고 거듭 경고하면서 젊은 검사·여성 검사·형사부와 공판부 검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한 것은 현재 검찰의 의사결정 구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법무부도 이날 법무부와 검찰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변호사(56·사법연수원 22기)가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반특권검찰개혁추진단장을 맡으며 검찰개혁 공약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제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한편, 이날 윤 총장은 오는 2일까지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열리는 '검사장 승진자 교육'에 참석하는 신임 검사장 8명과 만찬을 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데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적지 않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여 향후 살얼음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