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식약처, 외국서 발표 후에 뒷북…무능 그대로 드러나”

2019-09-26 14:55
라니티딘 사태 및 식약처 조치에 대한 입장 발표

식약처, '발암 우려' 위장약 잔탁 등 269품목 판매중지.[사진=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는 위장약 잔탁 등 일부 라니티딘 계열의 의약품에서 발암우려 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능을 지적했다.

26일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식약처와 제약사에 책임이 있다”며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과 전문성 제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라니티딘은 위염 등 소화기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라니티딘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NDMA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 있는 물질이다.

의협은 “식약처가 지난 16일 잔탁 제품과 잔탁에 사용하는 원료제조소에서 생산된 라니티딘을 검사한 결과, 당시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국과는 검사결과가 다르며 큰 우려가 없다고 했는데 오늘 (식약처는) 스스로 이를 완전히 뒤집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이날 잔탁 등 국내 유통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돼 제조‧수입 및 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의협은 “의약품 성분과 관련된 위협을 외국의 전문기관이 먼저 인지하고 식약처가 뒤이어 외국의 자료에 따라 국내에서 조사에 나서는 모양새가 지난해 있었던 ‘발사르탄 사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핵심전략으로 ‘의약품 원료부터 철저하게 관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며 “외국의 발표를 확인하는 것 외에 식약처가 독자적,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또한 의협은 “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의 안전성 문제와 식약처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의사와 환자다”라면서 “진료실에서 환자의 오해와 불만, 불안감을 해소시켜야할 책임은 의사가 아닌 식약처와 제약사에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지난 발사르탄 사태에서도 의사들이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혼란을 잠재우는 동안 식약처와 제약사는 뒤에서 팔짱을 끼고 구경만 했었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이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 관리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불만사항과 진료비 및 약제비 관련한 민원에 대해서 식약처가 직접 책임을 지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