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칼럼] 산업전력 사용급감, '불꺼진 경제' 보인다
2019-09-26 18:16
리커창 총리는 한때 이에 대해 지적을 하면서 자신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지표를 공개한 적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지표는 ‘전력사용량’, ‘대출총액’, ‘철도화물총량’ 세 가지이다. 이들 지표는 에너지, 금융, 물류와 관련되어 기업 활동 여부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부풀리기가 힘들어 경제상황을 나름대로 정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유명 글로벌 IB 회사는 이들 지표를 이용하여 ‘리커창 인덱스’를 개발한 적도 있다. 약간 오버한 듯 보이기는 하나 나름의 의미는 있다.
얼마 전 한국전력이 발표한 전력통계 속보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산업용 전력 판매량 증가율은 4월부터 7월까지 연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전기의 약 57% 정도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기업들의 활동지표와 직결되어 있고 GDP와도 관계가 밀접하다.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 판매량의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4월에 0.8% 감소율을 기록한 후 5월에는 1.0%, 6월에는 1.8% 감소세를 기록하고 7월에는 2.1% 감소했다. 감소속도가 차츰 빨라지고 있다. 산업용 전력은 2015년 이후 연간 1∼2개월 정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4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감소세가 빨라진 사례는 거의 없다. 경기상황 악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 확인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7월의 경우 식당 등 상업시설에서 이용하는 일반용전력도 2.5% 감소하였고,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 시점이었는데도 주택용 전력도 4.5% 감소세를 기록했다. 굳이 리커창 인덱스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통계가 전달해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기상황에 대한 일종의 속보치로서, 해석하면서 의미를 잘 짚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흐름은 지금 매우 안 좋다. 최근 통계청은 2017년 9월을 경기순환의 직전 정점으로 발표하였다. 그러고 보면 약 24개월간 하락 국면이 이어진 셈이다. 경기 정점이 2년 전이었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정점을 찍은 시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시점 직후라는 점이다. 만일 현 정부가 경기 흐름에 대한 혜안이 있었더라면 기업투자 활성화나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기하락을 늦추면서 경기반등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을 것인데,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족보에도 없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탈원전까지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촉진하는 경제정책들이 시행되었고,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이어지는데도 곧 좋아질 것이라는 상습적인 멘트만 반복했다.
자영업 중심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자 정부는 허둥지둥 주 18 시간 이하의 단기 알바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 일자리 통계를 보면 60대 이상의 단기성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40, 50대의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성과는 초라하다. 정부의 입김으로 인해 우리나라 일자리 통계에는 중국의 성장률처럼 버블이 숨어 있고 그럴수록 이러한 숫자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잘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 기업 부문에 문제가 생기고 힘들어진 부분은 여러 군데서 확인이 되지만 소위 ‘리커창 인덱스’에 포함된 전력사용량까지 이러한 점을 확인해 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금하기 힘들다. 경제에는 왕도가 없고 ‘기본으로 돌아가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한국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