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무기 전환"...中 드론 기술개발 어디까지 왔나

2019-09-26 07:31
中, 가성비·기술력으로 美 맹추격...세계 최대 군사용 드론 수출국

세계 석유 공급량의 5%가 단숨에 사라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드론(무인기) 10대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하면서다. 이 공격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570만 배럴의 생산이 중단됐다.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보다 큰 손실이다.

대당 1000만원 수준의 드론 10대로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드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군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 활용 영역을 늘리고 있는 중국의 드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첸산(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드론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해외 여러 국가에서 입지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향후 시장 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취약한 보안과 범죄 악용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인민망 캡처]


◆가성비·기술 모두 잡은 中 군사용 드론, 세계시장 장악

이번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은 무기를 장착한 군사용 드론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중국도 군사용 드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 예행연습에서도 두 종류의 드론이 포착됐다.

초음속 정찰 드론인 ‘DR-8’과 공격 드론 ‘리젠(利劍)’은 모두 중국이 자체 건조한 항공모함에 탑재할 군사용 스텔스 드론이다. 주목할 점은 두 드론의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이다. 중국 베이징의 군사전문가 저우천밍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DR-8은 최고속도가 마하 3.3인 미국 D-21보다 더 빨리 비행한다”며 “적 방공망을 뚫고 가 정보를 수집한 뒤 온전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평론가 스라오는 DR-8이 괌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까지 갈 수 있다면서 "사실 DR-8은 얼마 전 실전 배치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선양항공기설계연구소가 개발한 리젠은 미국 보잉의 항모 기반 드론 ‘MQ-25A스팅레이’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중국의 두번째 국산 항모 001A함에 배치돼 여러 발의 미사일이나 레이저 유도폭탄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군사용 드론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미국과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이 드론들을 오는 10월 1일 열병식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중국 군사용 드론은 최근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본래 이스라엘과 미국 등 기술력이 뛰어난 국가가 개발을 주도하고 높은 점유율을 보였는데, 중국이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면서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5년 사이 세계 13개국에 153대의 군사용 드론을 판매해 세계 최대 군사용 드론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세계 1위 무기 수출대국인 미국을 크게 압도한다. 미국은 10년 동안 영국에 군사용 드론 5대를 수출한 게 전부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RUSI)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할 수 없는 곳으로 군용 드론을 수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요르단, 이라크와 중동지역 무장단체들에 핵심적인 드론 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간 소형 드론 시장 강자 DJI 필두로 승승장구 

민간 소형 드론 시장에서 중국은 이미 입지를 단단히 굳힌 상태다. 중국에서는 문화·농업·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명장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 ‘영(影)’을 촬영할 때 드론을 활용한 사례는 유명하다. 영화 속 전투장면 중 일부를 드론으로 촬영해 속도감을 높여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다. 장 감독은 중국 드론업체 DJI(다장)의 '인스파이어2'를 사용해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드론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에는 중장비 없이 촬영장과 드론만으로 좋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업분야에서도 드론의 활약이 눈에 띈다. 농업용 드론은 토양과 농경지 조사뿐 아니라 파종과 살포, 작물 모니터링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지표면을 스캔한 후 필요한 지역에만 농약을 정확하게 투하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 토양 오염을 방지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주로 작물을 뿌리는 작업을 드론이 대신 하는데, 올해 상반기 작업한 농경지의 면적이 약 1억묘(1묘=약 660㎡)에 달한다. 사람의 힘으로는 5000만 시간이 걸릴 일이다.

중국의 드론 발전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DJI다. 중국 대표 드론 제조 업체 DJI는 세계 소형 드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안보 우려로 자국 민간 드론에 엄격한 수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틈을 타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군을 선보이며 2006년 창업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해 2017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첸산산업연구원은 중국 드론 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톈진·후난성 등 지방정부에서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한 보조금 지원 정책을 통해 드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황다칭 난징 항공우주연구소 교수는 “중국 민간 드론 시장의 규모는 2018년 130억 위안(약 1조1919억원)을 넘어섰으며 2020년 460억 위안, 2025년에는 750억 위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테러 우려에··· 中 "테러적 행위 하지도, 당하지도 않을 것"

드론을 둘러싼 우려도 크다. 테러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 드론은 국제사회로부터 안보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수 차례 받은 바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5월 낸 보고서에서 중국산 드론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거센 반박으로 대응하고 있다. DJI는 미국이 제기한 안보 우려가 '거짓말'이자 '오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중국은 드론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은 드론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사례와 비슷한 공격을 중국에 가해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국영 군수업체인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도 대형 그물을 쏘는 '드론 잡는 드론'을 비롯해 지상 발사 로켓·탐지 차량 등으로 구성된 드론 대응시스템을 개발했다며, 드론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