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지지율 1위 차이잉원이 직면한 '단교 도미노' 악재

2019-09-24 11:16
여론조사서 蔡후보 지지율 45%…韓후보 12%P 격차 따돌려
궈타이밍 회장 불출마 선언도 차이 총통에 유리
연이은 '단교'로 외교적 고립 우려…현 외교정책 비판 목소리↑

대만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차기 총통 여론조사에서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蔡英文) 총통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만의 '단교 도미노' 우려가 커지면서 연임에 도전하는 차이 총통의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23일 대만연합보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차이잉원 총통 지지율이 45%로,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시 시장(33%)을 12%P(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번 여론조사와 비교해 격차가 1%P 더 늘어난 것이다. 

응답자의 53%가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본 반면, 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28%에 불과했다. 누가 이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자는 20%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대만 총통선거의 '캐스팅 보트'로 여겨졌던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정밀공업그룹 회장이 지난 16일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도 성향의 궈 전 회장의 불출마가 같은 국민당인 '친중' 성향의 한 시장보다 '반중' 성향의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차이 총통이 궈 전 회장 지지층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궈 회장의 불출마 선언 후 페이스북에서 약 3만명의 궈타이밍 지지자들이 내부적으로 진행한 대선 관련 설문조사 결과, 기권이 1319명으로 가장 많았고, 차이 총통을 찍겠다는 응답자가 760명에 달했다. 반면, 한 시장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명에 불과했다. 

현재로선 차이 총통이 우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대선이 열리는 내년 1월 11일까지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수교국들의 잇단 단교 선언으로 대만의 외교적 고립 우려가 커지면서다.  

실제로 대만의 남태평양 수교국인 솔로몬제도가 지난 16일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데 이어 나흘 만인 20일엔 키리바시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었다. 차이 총통이 지난 2016년 5월 취임하고 나서 모두 7개국이 대만과 단교한 것이다. 이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기존의 22개에서 15개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독립 행보를 보이며 오히려 중국과 대립하는 미국과 밀접 행보를 보이자,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압박 전술을 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자국의 경제력을 앞세워 대만 수교국을 잇따라 단교시키고 중국과 수교하게 하는 방식으로다. 대만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우방국을 빼앗는 방식으로 대만 대선에 개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 내에서도 단교 도미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차이 총통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차이잉원 행정부가 미·중 갈등의 재물이 됐다"며 평론했다. 황쿠이보 대만정치대 부교수는 "단교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차이 총통이 취임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양안(兩岸 중국 대륙과 대만) 관계 '현황'을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국민당도 민진당이 외교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대만의 국제적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것이라며 비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