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변화 선택했다...네타냐후 실각 위기

2019-09-20 18:22
총선서 중도 청백당, 33석 확보…네타냐후측에 2석 앞서
개표 사실상 마무리…청백당, 네타냐후와 연정 거부의사 밝혀
캐스팅보드 쥔 베이테누당 ‘주목’...9석 확보 "대연정에만 참여할 것"

이스라엘이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17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중도정당 청백당이 33석을 확보해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총선 결과가 알려지자 청백연대(청백당)에 참여한 텔렘당의 모셰 야알론 대표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 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이스라엘 건국 역사상 13년동안 최장기 재임 중인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20일 AF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까지 개표가 99.8%가 진행된 가운데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120개 의석 중 33석을 차지해 원내 1당 자리를 확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3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12석으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파동맹 소속의 유대주의 정당인 샤스당과 토라유대주의당(UJT)는 각각 9석과 8석을 확보했다. 유대교 초정통파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도 8석을 얻었다.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투표소가 14곳에 불과한 만큼 현지 언론들은 사실상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 평가했다.

이 같은 총선 소식이 전해지자 청백연대(청백당)에 참여한 텔렘당의 모셰 야알론 대표는 19일(현지시간) 네타냐후가 이끄는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동안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한 데다 극단주의자와도 기꺼이 협력하려 하다고 비판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 참여에 줄곧 반대해왔다.

야알론은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향해 "이제 여러분이 네타냐후를 향해 '그동안 수고에 고맙다'고 말할 때"라며 네타냐후 총리 카드를 버리라고 종용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통합을 선택했다"면서 "국민은 나라를 가장 앞에 놓기를 원했고 그래서 내가 이끄는 청백당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청백연대에 참여한 또 다른 정당인 '예시 아티드당'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도 "네타냐후가 비켜 서면 우리는 대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을 통해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만나 연정 구성에 관해 협의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채널12 방송은 이날 중도, 좌파, 아랍계를 아우르는 간츠 진영이 57석을, 우파와 유대주의가 손잡은 네타냐후 진영이 55석을 각각 확보하리라 전망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 과반의석은 61석이다. 과반을 확보해 연정을 구성하려면 양 진영 모두 의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9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캐스팅 보드를 쥘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베이네투당을 이끄는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월 총선 이후 리쿠드당과 연정협상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에 병역 의무 요구가 거절되자 연정 참여를 거부했다. 그는 이번 선거 직전까지도 리쿠드당과 청백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모두 포함된 대통합정부에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결과가 최종적으로 도출되면 이스라엘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해 연정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 구성권을 준다.

이스라엘 정국상황을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가 퇴진한다는 전제를 조건으로 리쿠드당과 청백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대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베이테누당이 끝가지 연정참여를 거부할 경우, 다시 한번 이스라엘은 정국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오는 22일부터 각 정당과 함께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총리 후보가 지명 후 42일 내에 정부수립에 실패하면 새 정당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지명되거나 조기 총선에 들어간다.

 

19일(현지시간)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 추모식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간츠 청백당 대표(오른쪽), 리블린 대통령(가운데)이 모였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