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한국GM 노조 ‘불매 운동’은 명백한 자충수
2019-09-20 14:09
한국GM 노사는 현재 임단협을 두고 강대강 대치를 지속 중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쟁점들이 존재하지만, 요약해보면 핵심은 결국 ‘돈’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 및 성과급 지급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가 순손실 기준으로 4조 4500억원을 넘어선다는 게 가장 큰 근거다.
이 과정에서 속이 타는 노조 측 입장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이미 9차례의 교섭 과정을 거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 피력했으나, 회사는 요지부동이다. GM 인수 이후 최초의 전면파업도 벌였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이같은 상황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아마도 사측을 압박할 만한 더 강한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조의 이번 ‘불매 운동’ 결정이 결코 현명한 판단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측면들을 고려해봤을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요소들이 너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상황이 역설적으로 조합원들의 목을 옥죌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GM 본사의 한 임원은 노조를 향해 “(파업을 지속할 경우) 한국 생산 물량 일부를 다른 국가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파업을 넘어 선 ‘불매 운동’까지 자행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향후 생산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 내 ‘완전 철수’는 아니더라도 ‘생산량 축소’까지는 충분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범위다. 이 경우, 줄어든 생산량에 비례하게 조합원들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소비자들의 여론도 완전히 등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GM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상황에 1650만원을 더 달라고 불매 운동까지 벌이는 건, 강력한 반발 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노조 기피 현상’을 완벽하게 굳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노조의 극단적인 방향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늘고, 집행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조 역시 무리한 파업 일정을 강행하다,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 결국 무산됐던 전례가 있다.
전체적인 상황을 종합했을 때, 노조는 긴 호흡으로 현 상황을 좀 더 정확히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짧은 호흡을 갖고 자극적인 행보를 이어가다 보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무리한 요구의 끝은 공멸 뿐’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