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액 첫 월1000억 돌파…몸집 커지는 '카뱅'
2019-09-20 05:00
내년까지 연간 1조 규모 공급 목표
카카오뱅크의 중금리대출 월 공급액이 은행권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선보인 자체 중금리대출의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지난달 취급한 중금리대출액은 1137억원으로 집계됐다. SGI서울보증의 보증을 받아 판매하는 정책금융상품 '사잇돌대출' 947억원, 지난달 1일 출시한 자체 상품인 '중신용대출' 190억원을 판매한 결과다. 은행권에서 중금리대출 월 취급액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직접 공급하는 민간 중금리대출이 출시 첫달부터 고객을 끌어모았다. 지난달 카카오뱅크가 판매한 자체 중금리대출 공급액(190억원)은 은행 전체 월평균 취급액(266억원)의 71.4%에 달하는 수치다.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고도화해 4~7등급의 중신용자에게도 낮은 금리를 적용해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은행들은 중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가 어려운 탓에 자체 중금리상품 판매를 꺼려 왔다. 2금융권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면 '평판 리스크'가 발생하고, 낮은 금리 책정 시 대손충당금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의 통신·유통 등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한 CSS를 개발했다. 비금융 정보를 수집해 정교한 신용평가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달 카카오뱅크의 자체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는 연 5%대 중반을 기록했다. 또 판매액 190억원 중 90%가 4등급 이하에 공급될 수 있었다.
정책 상품 취급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출시한 '직장인 사잇돌대출'과 5월 선보인 '개인사업자 사잇돌대출'은 8월까지 5737억원 판매했다. 지난해 모든 은행이 취급한 중금리대출 공급액의 63%에 달한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 및 캐피털사 등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가 지난해 판매한 중금리대출 총액이 1조8341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카카오뱅크는 내년까지 연간 1조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과 지분 정리를 마무리하면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중금리대출을 대폭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중금리대출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이라며 "연간 공급액을 1조원으로 늘려 '포용 금융'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