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 공포 덮친 세계..."식량 안보 위협"
2019-09-17 14:54
작년 중국 시작으로 베트남·필리핀·북한 등에 확산
한국 17일 첫 확진...전 세계 유행국가 20개로 늘어
한국 17일 첫 확진...전 세계 유행국가 20개로 늘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마땅한 예방법이 없어 장기적으로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특히 주요 발병국이 밀집한 아시아 지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ASF는 살아있는 돼지와 돼지고기 제품을 통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감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인체에 무해하다. 다만 돼지들의 치사율은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 속도가 빠르지만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다. 의학적으로 예방도, 치료도 불가능하다.
당초 아프리카에서 창궐한 ASF는 2007년 조지아와 러시아를 통해 유럽에 확산됐다. 지금도 헝가리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감염 사례가 발견된다. 불가리아에서는 돼지 1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17일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따르면 8월 30일∼9월 12일 사이 ASF가 유행 중인 국가 혹은 지역은 모두 19곳에 이른다. 여기에다 파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확진되면서 유행 지역이 모두 20곳으로 늘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시작은 중국이었다. 지난해 중국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발견된 뒤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 아시아 각지로 퍼졌다. 북한에서도 지난 5월 감염사실이 확인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8월 현재 ASF로 살처분된 돼지만 △베트남 470만 마리 △몽골 3115마리 △필리핀 7952마리 △라오스 2만5000마리 등이다. 중국 정부는 돼지 100만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살처분 규모는 1억 마리에 육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금으로선 철저한 예방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적당한 백신이 없는 데다 돼지들이 오염된 사료와 물에 직접 접촉할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탓이다.
아시아에서 감염 속도가 높은 요인으로는 병에 걸린 돼지를 유통하거나 돈육이 포함된 사료를 사용하는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세계 최대 양돈 국가인 중국과 빈번하게 교류한다는 점도 약점이다.
살아 있는 돼지뿐만 아니라 익히지 않은 육가공 식품으로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관광객의 짐에 들어 있던 돈육 소시지 두 점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SF가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의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만 해도 대규모 살처분에 나서면서 전체 사육 두수의 18.5%가 감소했다. 몽골에서는 전체 사육 돼지 10마리 중 1마리가 강제 도축됐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이 폭등세에 있다. 지난 7월 기준 중국의 양돈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32.2%까지 줄었다.
더크 파이퍼 홍콩시립대 수의학 교수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유례없는 확산 속도에 우려를 표하면서 "바이오 보안(동물이나 식물의 질병 확산을 막는 것)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도록 ASF를 포함한 양돈산업의 장기적이고 험난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