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모듈러 주택'…"콘크리트 주택 대체 가능할까?"
2019-09-14 01:00
공기 단축 및 비용 절감…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규모 주택에 적합하다는 평
공법 특성상 화재 및 소음에 취약…시장 대세로 자리 잡긴 무리라는 의견도
공법 특성상 화재 및 소음에 취약…시장 대세로 자리 잡긴 무리라는 의견도
정부는 규모를 키우고 실증에 나서며 내실을 다지는 등 모듈러 주택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특히 경제성이 점차 부각되고, 공법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모듈러 주택이 기존 콘크리트 주택의 대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모듈러 주택이란 창호, 외벽체, 전기배선, 배관 등 미리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공법을 뜻한다.
모듈러 주택은 현장에서 바로 조립할 수 있어 공사 기간을 기존 공법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또 빠른 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다 보니 이에 따른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으며, 철거도 일반 철근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정부도 이 같은 모듈러 주택의 장점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그간 모듈러 주택은 6층 이하 저층 구조로만 조성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탈피해 국내 최초로 13층 이상 건축물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중고층 모듈러 주택'을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사업 추진 일환으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 6~8월 중고층 모듈러 주택 실증사업 부지 공모에도 나섰다.
특히 지난달 충남 천안시 두정동에서는 뼈대가 있는 구조체에 박스 형태의 모듈을 서랍처럼 끼워 넣는 '인필(Infill) 공법'의 실증 단지가 준공되기도 했다. 이 단지는 사회 초년생, 고령자, 주거약자 등 40가구 규모 행복주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은 건설 기능 인력 고령화, 내국인 숙련 인력 감소, 공기 단축 등 다각도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혁신적 건설 공법"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우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 역시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강연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모듈러 주택이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집도 공장에서 짓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모듈러 주택은 시공 속도, 조성 편의성 등에 있어 기존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특히 빠른 시공이 가능하다는 특성상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및 대형 숙박 시설 건설에 매우 적합하다는 평도 많다.
특히 모듈러 주택은 주 52시간 근무로 고민하는 건설사들에게도 공기 단축은 물론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어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상당수 대형 건설사들은 이 같은 모듈러 주택의 향후 전망을 밝게 점치며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모듈러 주택은 선진국에서 흔히 활용되는 건축 공법으로 사실 국내에는 조금 늦게 도입된 감이 있다"며 "안정성이 보다 향상되고 체계적인 대규모 제작 체제만 갖춰진다면, 모듈러 주택은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국내 주택·건설업계에 빠르게 뿌리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듈러 주택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 주택은 공법 특성상 대규모 주택에 전면적 도입되기엔 다소 한계가 있다. 아직 국내 주택 수요층이 대단지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모듈러 주택이 시장에서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긴 쉽지 않다"며 "또 목재 등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조립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화재 및 소음에 취약하다. 이 같은 약점이 좀 더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