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 노조 리스크에 ‘근심만 가득’

2019-09-10 16:02

[사진=연합]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노조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갈등으로 생산성이 악화되고,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미래 사업 방향성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을 강행 중이다. 부분파업이 아닌 전면파업은 대우자동차가 2002년 GM에 인수된 이후 최초다. 부평 1·2공장, 창원공장 등 국내 모든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다.

업계는 이번 파업과 지난달 부분파업을 더하면 총 1만 여대의 차량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원은 한국GM 소속 8000여명과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2000여명 등 1만 여명이다. 이들은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 250% 규모 성과급 지급,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누적 적자가 순손실 기준으로 4조 4500억원을 넘어선다는 게 가장 큰 근거다.

이번 파업을 지켜보는 완성차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작년 2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됐고 산업은행을 통한 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에, 무리한 파업을 단행하는 건 적절치 못하는 지적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GM 노조의) 이번 파업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평균 연봉 1억이 넘는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빌미로 파업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 빨리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생산 물량 일부가 다른 국가로 넘어가면, 그에 따른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경우, 작년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이어진 대규모 파업 후유증으로 7년 만에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파업이 올해 6월까지 지속되면서, 생산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1~7월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량은 9만88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9%나 줄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닛산 ‘로그’의 위탁 물량 감소다. 닛산 측은 파업으로 불안정해진 생산 체계를 이유로 올해 위탁 물량을 당초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였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그나마 생산량을 받쳐주던 ‘로그' 수탁계약이 이달 말 종료된다. 결국 신형 크로스오버 SUV(다목적스포츠차량) 'XM3'의 수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 절벽‘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답이 나온다. 당초 르노 본사는 올해 3월 'XM3' 수출 물량 배정에 대한 답을 주기로 했으나, 노조 리스크를 이유로 아직까지 대답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도 르노삼성 노조는 ‘총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구조조정을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노조와 협의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노조와의 잦은 대립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이는 결국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자충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