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서울대공원, '亞 최초 AZA 인증' 타이틀 놓고 신경전 '왜'

2019-09-10 15:02

에버랜드 주토피아[사진=에버랜드 홈페이지]

한국의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이 난데없이 가벼운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누가 먼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을 획득했느냐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은 것입니다.

10일 오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은 아시아 동물원 최초로 에버랜드가 AZA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잠시 뒤 서울대공원에서도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에버랜드보다 하루 앞서' AZA 인증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AZA 인증은 동물원과 수족관 분야의 세계 최고 수준의 인증제도입니다. 동물원의 운영 시스템과 교육·연구적인 기능, 사육사의 역량과 안전, 재정 상태 등 모든 분야에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을 획득 가능합니다. 인증을 받은 동물원은 동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춘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북미의 동물원과 수족관 2500여곳 중 심사 과정을 통과한 곳은 200여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시아에서 인증을 받은 곳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수족관 뿐, 동물원은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사진=서울대공원 인스타그램]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 중 먼저 인증을 획득한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사실 관계를 종합하자면 서울대공원이 7일, 에버랜드가 8일 AZA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날짜만 놓고보면 서울대공원이 먼저 인증을 통과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에버랜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AZA 인증 심사는 1년에 한 번 이뤄집니다. 이번에는 약 40개의 동물원·수족관이 심사에 지원했다고 하는데요. 이들을 대상으로 AZA 인증심사위원회가 순차적으로 심사하는 과정에서 하루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한 교실 안에서 출석 번호가 먼저라고 선배는 아니지 않느냐"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지난 6월 AZA 실사단의 현장 점검 또한 에버랜드가 조금 더 빨랐습니다. 에버랜드의 경우 6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대공원의 경우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실사가 이뤄졌습니다. 이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은 동시에 인증을 획득한 셈입니다.

이처럼 최근 동물원들이 앞다퉈 AZA로부터 인증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물원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근대적 동물원은 1752년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른 동물원입니다. 프란츠 슈테판 폰 로트링겐 공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수집한 동식물을 우리 안에 모아놓은 것인데요. 당시의 강력한 왕권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 이 같은 형태를 모방한 동물원이 생기면서 야생 동물들이 인간의 오락을 위해 좁은 사육장에 갇힌 채 전시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많은 이들이 동물원이 동물의 자유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동물원 존폐 논란이 종종 벌어지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9월 대전 오월드를 탈출한 퓨마가 사살되면서 동물원을 폐쇄하라는 국민청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게시물은 무려 6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면서 동물원 또한 자정적인 노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는 데에서 나아가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AZA도 2005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모든 동물원과 수족관은 가장 높은 수준의 동물 복지를 유지하고 윤리적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물원들은 최대한 원래의 자연 서식지와 유사하게 사육 환경을 갖추거나 멸종 위기종을 번식시켜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부 동물원은 서식지 보전 활동에 기금을 지원하거나 직접 멸종 위기 동물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AZA 인증 역시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동물 복지라는 개념이 생소한 한국에서 이 같은 경쟁이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는 '최초'라는 타이틀 말고 '최고'의 타이틀을 놓고도 더욱 열심히 경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