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3대 조직’의 뿌리, 서울대 82학번...‘조국 사태’로 다시 맞붙다

2019-09-08 16:10
주사파-사노맹-범PD계 모두 동기... “운동권 사상논쟁의 재현?” 촌평도

이미 전설같은 옛 이야기가 됐지만 한때 8~90년대 학생·노동운동권에는 3가지 큰 갈래가 있었다. 이른바 ‘주사파’로 불리는 NL(민족해방)와 자생적 ‘진성 좌파’세력인 PD(민중민주), ‘사노맹’으로 더 유명한 CA(제헌의회) 혹은 ND(민족민주)계 등이다.

이들은 제각각 다른 이념적 특성과 이론체계, 탄생배경을 갖고 있다. 특히 PD계열은 말이 같은 ‘계열’이지 3~40개 군소조직체의 연합 모임 성격이어서 공통점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이처럼 어디 하나 비슷한 점이 없는 운동권 '조직체'들이었지만 희안하게도 모두가 ‘서울대 82학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서울대 82학번은 8~9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주도하면서 90년대초 이른바 ‘운동권 사상논쟁’을 촉발시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법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법대)가 “친구야 그만 하자”라고 비판하자 이진경 서울과학기술교육대 교수(본명 박태호, 경제학과)가 “희룡아,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라고 응수한 것을 두고 20년 전 뜨거웠던 운동권의 ‘사투’(사상투쟁)를 떠올렸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원 지사는 범PD계열로 분류되는 ‘인민노련(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 노회찬 전 의원(고려대 76), 심상정 정의당 대표(서울대 78)가 인민노련 출신으로 전해진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 후보자는 ‘사노맹’의 방계조직인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의 창설멤버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은 학술연구기관으로 사노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 후보자를 ‘국가전복세력’이라고 비판하자 “사노맹에 무례하게 굴지마라”라고 목소리를 높혔던 은수미 성남시장(사회학과 82)은 사노맹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사노맹은 백태웅(현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 서울대 법대 81학번)과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 박노해가 주도했지만 그 이론적 배경은 조 후보자와 은 시장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진경(본명 박태호) 교수, 원희룡 제주지사[사진 편집= 장용진 기자 (SNS 캡쳐)]


‘주사파’로 더 잘 알려진 민족해방(NL)계 역시 서울대 82학번이 뿌리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55)이 바로 주사파의 태두다. 김씨는 서울대 법대 공법학과 출신으로 ‘똥파리 학번’이라는 82학번이다. 그는 일본을 통해 유입된 주체사상 서적을 읽고 자생적 ‘주사파’가 됐고, 나중에는 북한 김일성 주석을 직접 만나고 오기도 했다.

그는 ‘조진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면서 주체사상을 대중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사파 김영환을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며 각을 세운 것은 PD계의 ‘이진경’이다. ‘주사파’라는 명칭도 사실은 이진경이 만든 말로 알려져 있다.

이진경은 ‘이것이 진짜 정치경제학이다’의 약칭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명은 ‘박태호’, 현재 서울과학기술교육대 교수다. 박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사회구성체 논쟁’을 주도한 이론가 였으며, ‘노동계급’ 사건으로 수감된 적 있다.

이진경, 즉 박태호 교수는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 입장에서 주사파와 김영환을 비판했고, 주사파의 종교적인 분위기에 질려있던 1990년대 학생운동권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운동권은 아니지만 조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퇴 공세’를 주도했던 나경원 의원도 서울대 82학번(법대)이다. 대학 시절 나 의원은 운동권의 사싱투쟁에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비운동권’ 시각에서 운동권 전체의 생각과 이념을 비판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경제학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법대), 자유한국당 조해진 의원(법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법대)를 비롯해 사법농단 사태로 이름이 거론됐던 한승 전주지방법원장(법대) 역시 82학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