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칼럼]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2019-09-09 06:00
도쿄도지사를 지낸 일본의 우익 정치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와 소니社 모리다 아기오(盛田昭天) 회장이 공동 집필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은 1989년 일본서 20판이나 인쇄된 베스트셀러이다. 1996년 쏭챵(宋强)이 대표 집필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은 300만부나 팔렸다. 당대 일본과 중국의 베스트셀러에서 NO의 대상은 초강대국 미국이었다. 아놀드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새롭게 쓰여진다. 일본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심지어 무례하고 교만한 행동까지 보이는 이유는 바로 자국의 탁월한 기술력과 경제력 신장 때문이라 말 할 수 있다. 역사는 거울이기에 일본과 중국의 당시 시대상황은 한국에게도 자아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이시하라와 모리타의 메시지는 잠들어 있던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일깨우려는 시도였다. 당시 일본 기업은 하이테크 기술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미국은 소련에 대한 군사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반도체 기술이 필요한데 그 기술원천을 일본이 가지고 있었다. 반면, 미국기업은 제조업 보다는 금융분야, 즉 펀드투자와 기업인수합병 같은 서비스분야에 열중하여 제품의 창조력과 경제성장 동력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미국에 대해 당당히 NO라고 할 수 있을 때 일본은 세계의 여러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 우리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국은 이해관계가 매우 큰 미국, 중국, 일본 등이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에서 지정학적으로도 지경학적으로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이다. 지난 2016년 7월의 미국의 한국 사드배치는 미중간 패권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불편한 사건이다. 하지만 그 후폭풍을 보면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관께도 과거사 문제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8월 미국이 INF(중거리핵전력조약)에서 공식 탈퇴선언을 하고 중거리핵미사일의 아시아지역 배치가능성 언급한 것과 관련, 그 선택지가 또 다시 한국이라면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마냥 미중, 한일, 그리고 한중관계에서 우리나라가 종속변수화 되는 것은 국가의 위신과 국민의 자존심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일이다.
향후 우리가 중국을 향해 NO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기존의 한일관계와 한미관계도 철저한 국익을 추구한다는 원칙 하에서 NO라고 말 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 한일무역전쟁과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파기가 모두 우리의 국력이 신장된 상황에서 발생되었기에 다수의 국민들이 분연히 일본에 대해 NO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동맹국들에게 한국이 너무 중국에 경사되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쉽게 답을 주지 않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로인해 중국의 한국에 대한 영향력 행사 공간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상황은 3국간 구조적으로 형성되었던 지배와 종속관계가 자연스럽게 해체되고 재편되는 획기적인 변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원칙적 대응만이 한일, 한미, 한중관계에서 한국이 처한 비대칭적 유사 종속 국가 관계를 창조적으로 파괴하고 이성에 기초한 정상적인 국가간 관계로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은 국가이익의 추구라는 원칙에서 미국과 일본과 중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고하여 3국간의 새로운 공존공영을 위한 신시대 새 역사를 다시 써야한다. 한국이 일본과 미국에 대해서 NO라고 할 수 있으면 향후 중국에 대해서도 동등한 원칙에 따라 NO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의 목소리가 주변국에 당당하게 전달될 것이다. 우리는 현상을 타파하려는 담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꾸준히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