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경제시대 회귀?" 중국 돼지고기 값 급등에 '육표' 등장
2019-09-06 10:25
돼지고기 공급량 부족 속 광시 난닝시 肉票제도 실시…1인당 1kg 판매
아프리카돼지열병 속 '돼지고기 가격 방어전' 벌이는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속 '돼지고기 가격 방어전' 벌이는 중국
중국에선 과거 계획경제체제 하에 가난했던 시절, 물자 부족으로 식량배급제를 실시해 곡식·고기·식용유 등을 사려면 양표(粮票)·육표(肉票)·유표(油票) 등과 같은 물품 배급교환권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육표가 30년 만에 중국서 다시 등장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해 중국내 돼지고기 공급에 비상이 걸리면서다.
최근 홍콩 명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광시자치구 난닝시는 이달부터 시내 10대 식자재 시장에서 한시적으로 '육표'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돼지고기 판매량과 가격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10대 식자재 시장내 지정가게에선 돼지고기를 최근 10일간 시장평균가의 10% 이내 가격에서 1인당 하루 1㎏으로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중 하나인 웨이쯔루(位子渌) 시장에선 아예 육표가 등장해 주민들이 육표를 내야지만 1인당 1㎏어치 돼지고기를 살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육표를 내야만 돼지고기를 살 수 있었던 계획경제 시대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계획경제 시대 때 배급하던 육표와는 좀 다른, 일종의 돼지고기 가격 보조금 제도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현재 시중 돼지고기 가격이 500g당 27위안이라면, 육표가 있으면 이보다 좀 더 싼 가격에 돼지고기를 1kg까지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만약에 추가로 더 구매하고 싶다면 일반 시중가에 구매하면 된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6월초 돼지고기 1㎏당 도매가격이 21.59위안이었는데, 이달 1일엔 이보다 60% 이상 오른 34.59위안까지 뛰었다. 이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돼지고기 가격 보조금 지급이나 구매제한령 등을 실시하며 '돼지고기 가격과의 전쟁'에 나선 모습이다.
예를 들면 푸젠성 푸톈, 샤먼, 밍시 등에서도 돼지고지 구매제한령을 실시하기로 했다. 푸톈시 리청구는 6일부터 지정된 돼지고기 4개 부위에 한해 1㎏당 4위안 보조금 지급한다. 싼밍시 밍시현은 8월 17일부터 10월 7일까지 주말, 중추절, 국경절 연휴엔 지정가격에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돼지고기를 살 때 신분증도 제시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돼지고기 생산량 증대를 '중대한 정치적 임무'로까지 삼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사육량이 많은 쓰촨, 장시, 저장 등지에선 아예 돼지고기 연간 생산량 목표치까지 세우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쓰촨성 청두의 경우 매년 557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사육하도록 할당량을 배정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돈육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사실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는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의 주식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며 문제가 터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가축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전염병으로, 중국 전역에서 발생하며 현재 돼지 공급량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으로 중국에서 도살 처리된 돼지만 116만 마리다. 이로 인해 돼지 공급량은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돈 사육량이 줄며 돼지고기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농업농촌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하반기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70%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특히 9~10월엔 추석, 국경절 연휴 등으로 돼지고기 소비가 급등해 가격이 치솟아 주민들이 '식탁 물가'를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