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2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승자의 저주’ 우려
2019-09-04 06:30
AK홀딩스, 현금성 자산 3550억·부채비율 183%…인수시 재무부담↑
IB업계 “스터디 차원 딜참여로 보여…제2의 웅진-코웨이 가능성도”
IB업계 “스터디 차원 딜참여로 보여…제2의 웅진-코웨이 가능성도”
[데일리동방] AK홀딩스(애경)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지난 4월 이후 공식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유일한 기업집단이다. 그리고 3일 마감된 예비입찰에 재무적투자자로 유일하게 입찰 의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AK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자금력 등 인수여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K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인수전을 완주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경그룹 총자산(공정자산) 규모는 5조2000억원이다. 지주사인 AK홀딩스가 올 1분기 기준 보유 유동성 자산은 1조3833억원으로 이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550억원이다.
때문에 AK의 단독 인수 가능성은 작게 점쳐지고 있다. 자금한계가 뚜렷한 AK가 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재무적투자자(FI)나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있다.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이 FI보다는 SI를 선호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GS그룹과의 공동인수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GS그룹과 AK 측에서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AK가 SI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일 마감된 예비입찰에서는 그동안 언급돼온 SK그룹·GS그룹·한화그룹 등 대기업들의 불참이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 등에서는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은 항공면허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외국계 사모펀드는 당연히 인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이 인수에 나서더라도 부정적 여론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사모펀드가 개입하게 되면 인수 후 단기간 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긴축경영을 할 가능성이 커 인수 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AK가 아시아나항공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제주항공과의 시너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AK는 지난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하면서 항공산업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2566억원, 영업이익 1023억원(영업이익률 8.1%)을 올리는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AK는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 기업집단 내 순위가 대폭 상승하는 것은 물론 세계 주요 항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로 부상할 수 있다. 자회사인 제주항공에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모두 합하면 항공기 보유 대수만 150대에 이르는 대형 항공그룹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AK가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는다 해도 부채라는 걸림돌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6월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59.5%로 약 7조원에 이른다. AK의 6월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183.2%로 높은 수준으로 아시아나항공 부채까지 떠안는다면 AK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진다.
항공업황 불황이 길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도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AK의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도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을 내며 20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AK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만 인수하는 ‘분리매각’ 방식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따로 인수하기에는 인수에 따른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 항공기 제조사와 기종 등 조정, 정비인력 운용 측면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정황상 애경의 아시아나 인수는 어려움이 많다”며 “실사까지가 목표라고 밝히는 등 애경의 이번 딜 참여는 스터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애경이 인수를 한다 해도 무리한 인수는 ‘제2의 웅진-코웨이’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