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50 후속작, LG發 모바일 생태계 구축 과제 담길까
2019-09-05 06:25
제품 고유 매력 부각에 집중…장기적 측면 연속성 활용 서비스 필요
LG전자는 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V50 씽큐(ThinQ) 후속작을 내놓는다. 지난 5월 출시된 V50은 전화기 본체에 화면을 덧붙이는 듀얼스크린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LG전자는 듀얼스크린을 덮어도 문자와 시간, 수신전화, 배터리 상태와 날짜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외관을 개선했다. 화면이 열리는 각도 역시 대폭 늘렸다.
제품의 유용성은 생태계 확대가 좌우한다. LG전자는 게임업계와 통신사, 방송사, 앱 개발업체 등과 전방위 협력해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게임할 때 게임 컨트롤러 앱 ‘LG 게임패드’를 사용하면 게임 진행 화면과 게임 패드 화면을 위 아래로 나눠 쓸 수 있다. 네이버 웹브라우저 ‘웨일’도 듀얼스크린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V50 후속작에 탑재된다. 서로 다른 포털 검색 화면을 위 아래에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게임방송 플랫폼 ‘트위치’도 듀얼스크린에 최적화된 사용자 환경을 LG전자와 만들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모바일 생태계 전략은 개별 제품 고유의 매력을 부각하는 데 집중돼 있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점유율이 낮은 상황이다 보니 자사 기기간 연속성 서비스는 당분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LG전자도 연속성을 활용한 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 올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뉴욕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노트10을 내놓으며 새로운 삼성 덱스와 기기 간 연속성 서비스도 발표했다. 노트10으로 찍은 사진,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별다른 전송작업 없이 윈도우10 PC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워치・버즈・탭 등을 삼성 스마트폰과 연계해 중단없이 연속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자사 갤러리 앱을 MS 원드라이브(OneDrive)와 연결했다. 애플이 2011년 아이폰4S와 함께 내놓은 아이클라우드(iCloud)를 8년만에 뒤쫓는 대신 범용성으로 앞지른다는 전략이다.
LG전자도 스마트워치 ‘워치W7’과 인기 랩톱 ‘그램’ 등을 갖고 있다. 경쟁사 못지않은 연속성 제공에 나설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독자 플랫폼・콘텐츠와 연계된 모바일 제품이 시장을 지배해야 한다.
2000년대 음악시장은 아이튠즈(iTunes)와 아이팟(iPod)을 내세운 애플이 뒤흔들었다. 당시 매킨토시(Macintosh)에 설치된 아이튠즈가 자사 모바일기기 콘텐츠의 허브 역할을 했다. 이후 애플은 2011년 아이클라우드로 자사 기기 간 실시간 동기화를 시작했다. 방금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맥으로 작성하던 문서와 이메일 화면, 아이패드(iPad)에서 열어놓은 인터넷 창, 아이팟 터치(iPod touch)로 읽던 전자책 책갈피, 연락처와 메모 등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를 하나로 묶어줬다. 또한 앱스토어가 클라우드와 연계돼 아이폰에서 내려받은 앱이 아이패드 화면에 최적화된 ‘유니버설 앱’으로 자동 다운로드된다. 애플 사용자가 타사 제품에 눈 돌리기 어려운 이유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삼성판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은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스마트폰시장이 포화되기 전에 시작된 기기간 동기화는 콘텐츠 서비스와 맞물려 효과를 내고 있다. 2015년 출시된 애플뮤직은 기존 아이튠즈와 병합된 형태로 서비스된다. 이 때문에 애플뮤직이 제공하지 않는 음악이라 해도 맥에 저장된 소장 음악이라면 어떤 기기에서든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를 활용한 연속성 서비스의 이점이다.
스마트폰시장 포화 직전에 시작된 연속성 서비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애플은 2분기 역대 최고 매출인 538억달러(63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한때 대부분을 차지하던 아이폰 매출이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앱스토어와 애플뮤직 같은 서비스 매출이 114억6000달러(13조46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길어지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에 맞선 서비스 전략이 유효하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새 하드웨어 발표와 마케팅비 증가라는 악순환을 끊어낼 대안이 될 수도 있다.
LG전자에게 당장 급한 과제는 듀얼스크린이 접이식 전화기보다 낫다는 세간의 평가다. 1세대 제품이 호평 받은 만큼 듀얼스크린만의 생태계 구성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시점이다. 듀얼스크린이 시장에서 우뚝 서게 될 경우 LG전자만의 독특한 생태계가 그램을 비롯한 모바일 제품 간 시너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