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로 돌아갔다. 각종 지표는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11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이미 지난 7월 성장률을 2.5%에서 2.2%로 낮춰 잡았다.

우리 경제는 한은이 성장률을 재조정하지 않더라도 이미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민간 경제심리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9년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에 따르면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6 떨어진 89.7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87.2) 이후 10년 3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ESI는 보통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100을 밑돌면 기업과 소비자 등 민간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어두운 것이다.

가계의 생활형편전망CSI(소비자동향지수)는 89로 전월(92)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이 역시 2009년 3월(8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주가 하락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향후 가계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가계가 늘어난 탓이다.

반면,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빚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6월 말 기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3월 말보다 7조7987억원(3.8%) 증가한 213조587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190조7524억원)보다 11.9%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역시 전체의 32.1%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25.9%) 이후 최대다.

문제는 내년엔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장담을 못한다는 데 있다. 한은은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을 기존 수치에서 2.5~2.6%로 하향조정했다.

이는 생산활동의 배경이 되는 설비투자는 정체돼 있고, 건설투자 위축이 지속돼 고정투자 감소가 여전히 경제 성장률에 하방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경기 불안,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자국 수요가 중요한데 한국은 소비, 투자가 동반 부진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도 경기 둔화 압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