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 안동 L하우스 가보니…무균 또 무균

2019-08-30 06:00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공장 '안동 L하우스'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이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포장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직원들은 옷 갈아입기 귀찮다고 담배도 피지 않아요.”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 ‘L하우스’는 철저한 무균상태를 자랑했다. 공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무진복과 무진모, 무진화를 두 겹씩 착용해야 해 번거로웠지만, 그만큼 철저한 무균상태를 유지했다.

28일 안동 L하우스에서 만난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장(상무)은 “올해 사용될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가 시판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 연말과 내년 초 국내에 공급할 독감백신은 약 500만 도즈(500만회 접종량)로, 내달부터 전국 병의원에 공급된다.

독감백신은 보통 독감이 유행하기 전 9월부터 12월까지 접종이 완료된다. 이에 따라 백신제조사는 접종 시즌을 감안해 8월 말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한다. 한 번의 접종으로 4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4가 독감백신이 2015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후, 국가예방접종은 3가, 민간접종은 4가로 재편돼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독감백신은 기존 유정란에서 배양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으나,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15년 세포배양 생산 기술을 이용한 독감백신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유정란 방식은 계란을 확보하고 바이러스를 배양해 제품화하는데 약 5~6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 백신의 1/3수준으로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또 달걀 알레르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항생제나 보존제가 필요 없다.

이상균 공장장은 “L하우스는 세포배양과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백신생산을 위한 선진 기술과 생산설비를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이라며 “대지면적 6만3000㎡에 최첨단 무균 생산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한 신규 백신도 개발 즉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백신 대량생산을 위해선 국제 특허를 출원한 ‘부유배양 자체 세포주 MDCK-SKY’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백신 항체 생성에 사용되는 동물 세포를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 배양하는 것으로, 공정을 단순화 시키고 효율성을 높인다. 바이오리액터(무균 배양기) 내에는 1회용 백인 ‘싱글유즈시스템(Single Use System)’을 적용해 한 번 배양 후 버리고 있어 오염 가능성과 세척‧멸균과정을 최소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독감백신 생산을 위해 세포를 배양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것이 바이오리액터(무균 배양기)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또 문과 문 사이를 통과할 때 공기차단시스템(에어락)이 가동돼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가 서로 유입할 수 없도록 했으며, 무균 환경 유지를 위해 국소적으로 청정 공간을 만드는 ‘클린부스’를 설치해 주기적인 과산화수소 증기 소독을 시행 중이다.

이 공장장은 “현재 L하우스에서 한 번에 생산 가능한 독감백신은 600만 도즈이며, 스카이셀플루는 누적판매량이 2300만도즈에 달한다”며 “지난해 7월에는 L하우스의 증설을 위해 경북‧안동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내년까지 독감백신 원액 생산량을 현재 약 2배 규모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장점을 앞세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높일 예정이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2월 2017~2018 독감 시즌 사전 분석 결과, 세포배양 4가 백신이 유정란 배양 4가 백신에 비해 11% 높은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