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년간 경주 관리 명단 '경주부사선생안' 보물 지정 예정
2019-08-28 16:41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도
문화재청은 고려 말~20세기 초까지 경주부에 부임한 관리들의 명단을 기록한 경주부사선생안을 비롯해, 경상도영주제명기,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 등 고려~조선 시대 전적류 총 3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주부사선생안은 1523년(중종 18년) 경주부의 호장(고려·조선 시대 향리직의 우두머리) 김다경이 1361년(고려 공민왕 10년)에 작성된 고려 시대 선생안 ‘경주사 수호장 행안’을 바탕으로 편찬한 구안과 1741년(영조 17년) 이정신 등이 작성해 1910년까지 경주부사를 역임한 인물들을 추가로 기록한 신안으로 만든 2종 2책의 선생안이다.
선생안은 조선 시대 중앙과 지방의 각 기관과 관서에서 전임 관원의 성명·관직명·생년·본관 등을 적어놓은 책이다. 작성 시기를 기준으로, 등재 인물이 현임자의 전임자라는 데서 '선생안'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부임한 연도와 업무를 맡은 날짜 등이 기록돼 해당 관청의 행정과 인사, 인물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경주부사선생안 구안에는 1281년(고려 충렬왕 7년) 호장 김성비부터 1713년에 임명된 최준위에 이르기까지 수록됐고, 신안은 1628년(인조 6년)에 부임한 이인에서 시작해 1910년 호장을 역임한 최병교를 마지막으로 추가로 기록(추록)됐다. 경주부사선생안은 고려 말~20세기 초에 이르는 약 630년(1281~1910) 동안 경주에 부임한 호장들의 명단을 망라하고 있다.
호장마다 직함과 이름 아래에 작은 글씨로 4대조의 이름, 인신(관인)을 받은 날짜(장인연월일), 대궐에 숙배한 사실, 관복 하사 등의 내용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고려 말부터 조선 시대 인사행정과 인물사 연구를 위한 역사적‧학술적 의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구안은 고려 시대 선생안 내용이 반영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선생안이고, 신안은 추록을 통해 구안을 보완해 주는 자료라는 측면에서 연속성을 지닌 중요한 자료다. 선생안은 지역을 달리해 여러 자료가 남아 있지만, 경주부사선생안은 현존하는 선생안 중 제작시기가 가장 빠르고, 내용상 고려 시대부터 1910년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완결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조선왕조 의궤에 버금가는 장정과 크기 등이 돋보이는 유물로 꼽힌다.
경상도영주제명기는 고려~조선 시대 중앙에서 파견해 경상도로 부임한 관찰사 명단을 수록한 2종 2책의 선생안으로, 각 1책씩 국립경주박물관과 상주향교 소장본(현 상주박물관에 위탁보관)으로 구성됐다.
경상도영주제명기는 조선 초기 문신 하연(1376~1453)이 1078년(고려 문종 32년)부터 부임한 역대 경상도지역 관찰사(경상도영주)의 명단을 1426년(세종 8년) 처음 기록해 제작한 이래 몇 차례의 추가 기록을 거쳐 완성한 것이다. 현재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본은 이때 하연이 만든 ‘경상도영주제명기’이고, 표제는 ‘당하제명기’로 돼 있다.
하연이 만든 ‘경상도영주제명기’는 이후 계속 추록돼 1718년(숙종 44년) 관찰사로 부임한 이집까지 기록됐다. 640년간(1078~1718) 동일직명의 명단을 수록한 선생안이 전래된 예는 드물다는 평가다.
상주향교 소장본의 ‘경상도영주제명기’는 하연이 제작한 국립경주박물관 소장본을 저본(원본)으로 1622년(광해군 14) 김지남이 제작한 것이다. 표제는 ‘도선생안’이고 ‘상주목치’라는 기록을 통해 상주목에 보관한 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1078년 부임한 이제원에서부터 1886년(고종 23년)에 부임한 이호준에 이르기까지 추록돼 있어 800년이 넘는 오랫동안 경상도 관찰사를 역임한 역대 인물들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필수적인 자료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역대 관리들의 명단인 ‘선생안’이 보물로서 지정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생안은 전국적으로 많은 수량이 남아 있어 그동안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었지만 학계의 연구가 진척되고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문화재로 지정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보물 지정 예고된 선생안은 앞으로 고려~조선 시대 중앙과 지방 행정 체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은 1244년(고려 고종 31년)에 판각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인출된 것으로 보이는 불교 경전으로, 본문 글자 끝의 세밀한 획이 비교적 선명하게 찍혀져 있고 제첨(표지가 아닌 다른 종이에 제목을 써서 붙임) 방식의 ‘개법장진언’으로 볼 때 고려 말~조선 초기에 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대승법계무차별론’이란 대승의 법계에는 차별이 없다는 불교의 교리를 밝힌 내용으로, 인도의 승려 견혜가 지은 것을 중국 승려 제운반야 등이 7세기 말에 번역한 재조본 대장경이다.
‘재조본 대승법계무차별론’은 인출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고, 재조본 대장경 중 절첩(병풍처럼 펼쳐서 보는 책) 형태로 전래된 희귀본이다. 거란본 대장경의 교감 등을 통해 제작한 해인사 대장경의 완전성과 함께 인출 당시의 먹과 종이, 인출본의 유통, 장황 형식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불교사와 서지학적 의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