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재생’ 규제완화 놓고 농식품부-문체부

2019-08-29 10:10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도시 및 농어촌 빈집재생을 통한 관광숙박 활성화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김태림 기자]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장기 임대해 숙박업을 영위하는 사업 모델을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관련 규제 완화가 늦어지고 있다.

문체부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등은 빈집에 대한 민박사업자 등록 요건이 거주에서 소유로 바뀌는 등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농식품부는 안전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며 규제 완화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농어촌정비법상 실거주자만 농어촌 민박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중소도시 및 농어촌 빈집재생을 통한 관광숙박 활성화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이같은 공방이 오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아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저출산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대도시 인구 집중 등으로 지방에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에선 빈집을 활용해 숙박, 카페, 커뮤니티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도별 농촌인구는 1995년 485만명에서 2015년 257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26년엔 203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지방의 빈집 증가는 안전 및 경관 상의 문제, 지역 쇠퇴 등 문제를 야기한다”며 “빈집을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논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스포도 빈집을 재생해 숙박업을 영위하는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팀장은 “농어촌 소재 주택 중엔 소유자는 있지만 거주자는 없는 빈집이 많다. 법 개정으로 농어촌 빈집 소유자의 자산가치 상승과 농어촌으로 자금 유입, 벤처의 성장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에서 소유로 수정하는 내용의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했으며,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임시허가를 받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제품이나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반면 농식품부는 규제완화 주장에 반발했다. 김신재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대부분 안전사고는 임대업자에게서 발생한다. 거주해서 민박 사업을 하는 사람과 단순히 성수기만 민박 사업을 하는 사람 간엔 안전 관리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어촌민박은 숙박업이 아니다. 거주환경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농어촌 활성화 차원에서 주거지역에 규제를 완화해 준거다. 이를 또다시 단순한 숙박업 형태로 규제를 완화하기엔 어렵다”고 했다.

오일환 한국농어촌민박협회 사무총장도 “강화도, 인천 등 화재사건을 종합해보면 80% 이상이 다 임대업자다. 거주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전기 및 가스흐름 바로 볼 수 있어 사고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명순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관은 “외국인 관광객의 80% 가량이 서울을 찾을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다. 도시지역에선 외국인을 상대로 아파트 등 주거시설을 활용한 민박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농어촌 민박 사업도 이같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각 단체의 의견대립을 두고 기획재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허성욱 기재부 혁신성장정책관은 “단체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같은 이야기지만 다른 쪽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관광진흥법의 숙박 개념과 농어촌진흥법의 숙박 개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빈집 활용해 관광 숙박 활성화하자는 의견에 대해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거주요건을 완화, 다른 숙박업계와 상충관계, 농어촌민박과 도시민박 구분 문제 등 세 가지 포인트가 있을 뿐이다”고 말하며, 코스포 등이 농어촌 주민과 협업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농식품부와 협업할 것을 제안했다.

일각에선 논의의 우선순위가 뒤바꼈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희섭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전략국장은 “통계청은 1년 이상 비어있는 곳을 빈집으로 본다. 전력, 상수도나 기타 에너지 등을 사용한 데이터 이력이 없을 때 빈집으로 본다. 농촌의 빈집재생이란 관점에서 빈집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방청객으로 참여한 강철승 중앙대학교 산업창업대학원 교수는 “법 개정 논의에 앞서 빈집에 대한 실태가 조사가 필요하다. 빈집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지 기존 상태를 유지하며 활용해야 할지 등 기본 데이터도 없이 접근하는 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