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몸값’ 한온시스템, 성장 방정식 통할까

2019-08-29 09:02
2대주주 한국타이어, 인수 가능성…관건은 ‘밸류’

[사진=한온시스템]

[데일리동방] 한온시스템 몸값이 치솟고 있다. 기존 사업안정성과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을을 갖췄다는 평가다. 높아진 몸값의 배경에 다소 무리한 추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에어콘 시스템 열 관리 솔루션 전문업체다.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과도하게 높은 가격은 거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한온시스템의 M&A 후 현금흐름개선 속도가 밸류를 결정하는 관건이라 할 수 있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5%의 매각가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온시스템이 창출하고 있는 현금흐름 규모 등을 감안하면 7조원은 상당히 공격적 밸류”라며 “경영권프리미엄을 포함해도 상당히 비싸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추정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한온시스템의 M&A 후 기대 현금흐름을 선반영한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한앤코오토홀딩스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지난 2015년 한온시스템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당시 한국타이어(지분율 19.5%)도 인수전에 참여했다. 두 기업은 지분 70% 확보를 위해 36억달러(약 3조9400억원)를 지불했다.

이중 한앤코오토홀딩스은 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한온시스템 총가치를 5조6000억원가량으로 판단한 셈이다. 인수 당시 한온시스템 주가가 평균 8000~90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약 20~30%가 가산됐고 볼 수 있다(28일 종가 1만1150원).

현재 한온시스템 시가총액은 약 6조원이다. 향후 경영권 프리미엄에 큰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한온시스템의 매각가는 7조~8조원이다. 한앤코오토홀딩스 지분으로만 한정지으면 약 3조6000억원에 그친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하고 있는 한온시스템 목표주가는 주당 약 1만5000~1만6000원. 시가총액 기준 8조~8조5000억원 규모다.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5조원 내외에 불과하다.

결국 시장에서 주장하는 ‘7조원 밸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온시스템의 현금흐름이 현재보다 큰 폭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한온시스템 최근 5년 평균(2016년과 2018년은 투자확대로 제외) 잉여현금흐름(FCF)은 약 2200억원 수준이다. 7조원이 무리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한온시스템 현금흐름 성장률을 계산하면 연간 약 8%(자본비용 10% 가정)가 요구된다. 통상 성숙한 기업이 2~3% 성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단연 믿는 구석은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의 안정성과 함께 지난 3월 인수한 마그나그룹의 FP&C사업 부문 성장이다. 마그나그룹은 그간 한온시스템의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았던 기업이 주 고객사다. FP&C 사업 인수로 GM, 폭스바겐 등으로 고객기반 다변화와 영업안정성이 기대된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부품시장에서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기아차와 포드가 주력 고객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매출은 전체 대비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포드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은 M&A에 있다. 지난 2013년 포드 계열인 비스테온으로부터 공조사업을 인수했다. 

한앤코홀딩스는 일명 ‘볼트온’ 전략으로 한온시스템 몸값을 키우고 있다. 볼트온 전략은 보유한 기업의 자금 등을 활용해 몸집을 키움과 동시에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만큼 해당 기업 재무부담도 커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한온시스템 부채비율은 지난 2015년 92.3%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213%로 크게 확대됐다. 영업이익 증가폭 대비로도 높은 수준이다. 만약 기업 인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2대 주주인 한국타이어는 한앤코오토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기한은 2021년까지다. 그룹 지배구조개편과 승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한온시스템 최대주주 지위 확보를 통한 수익성 다변화 등도 거론되고 있다.

핵심은 ‘행동’하는 시기다. 현금흐름 개선 기미가 보이면 한국타이어 측은 빠르게, 한앤컴퍼니 측은 여유롭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FP&C사업부 실적과 그 반영속도가 긍정적이라면 단연 한국타이어 측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며 “이 때 상대적으로 한앤컴퍼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은 물론 ‘7조원’ 밸류를 합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 부담은 오히려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만드는 요인이기 때문에 과도한 밸류는 딜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