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상대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 무역전쟁이 한층 격화한 가운데, 중국은 연일 '미국 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의 대중 압력이 중국보단 미국에 더 큰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26일 중국 중앙인민라디오방송 인터넷판 앙광망(央廣網)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주최로 전날 열린 미·중 무역관계심포지엄에서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조치가 합리적이고 중국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됐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미국의 대중 압력은 미국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중국은 이를 견뎌낼 힘이 충분하다고도 밝혔다. 

구쉐밍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원장은 "미국의 압박은 중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미국은 미·중 무역갈등이 중국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만, 막상 데이터를 보면 결과는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미국의 대중 수출에만 악영향을 미치고,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 기업들에 가장 사랑받는 '투자지'일 것이란 주장이다. 

량밍 중국 국제무역협력연구원 대외무역연구소장은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잘 헤쳐나올 수 있다"며 "경제적으로 보면, 미국보다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량 소장은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 지난 1여년 동안, 경제, 투자, 일자리, 성장률 등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며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6~6.5%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쉬 중국 국제무역학회 회장은 "미국은 정상적인 국제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8월 중순 이후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로 미국 주식시장이 수 차례 폭락했고, 미국 소비자들의 근심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진 회장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는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웨이 상무부 연구원 미주·대양주연구소 소장 역시 "미국이 대중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결국 미국 소비자·생산자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 국채의 장단기 수익률(금리) 역전 현상 등은 미국의 대중 압박 조치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자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내수 위주의 경제성장 단계에 진입한 만큼,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청후이 상무부 연구원 무역및투자안전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거대한 국내 시장을 가지고 있다"며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과학기술 혁신에서 우위와 충분한 인적 자원이 있기 때문에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언론 논평도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고, 중국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대미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6일 사평을 통해 "미국 측의 경솔한 행동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어떠한 태도로 나오든 중국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자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거론하면서 대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중국에 새로운 충격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국 내 혼란을 가중시키고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평가만 증폭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전날 사설 격인 종성(鐘聲)을 통해 "반격 조치를 취하겠다는 중국의 입장은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일방적으로 무역 마찰을 고조시킨 미국에 맞서 중국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중국산 모든 제품에 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연간 2500억 달러(약 304조45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나머지 3000억 달러어치에 대해서도 내달 1일과 12월 15일부터 각각 10% 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5%를 추가한다고 밝힘에 따라 미국은 25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월 1일부터 현재의 25%에서 30%로 인상하게 된다. 나머지 3000억 달러 중국 상품에 대해 예정된 관세도 10%에서 15%로 인상된다.

이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로 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중국은 이날 원유와 대두 등 연간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5%와 10%의 추가 관세를 9월 1일과 12월 15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중국은 관세 면제 대상이던 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12월 5일부터 각각 25%,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격화일로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