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홍콩시위 사태, 우리의 대응
2019-08-27 07:00
그런데 홍콩의 경우엔, 시민들이 법의 제정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가 홍콩으로 피신한 사람들을 중국정부에서 잡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악법이라고 홍콩인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홍콩 의원들은 의원직을 잃거나, 시위자는 감옥에 가고, 반중(反中) 출판인들은 실종됐다가 대륙에서 발견되거나, 반체제 활동을 한 사람들은 출국을 금지당하거나, 언론 자유의 침해, 인권에 대한 개념이 점점 중국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자, 홍콩인들의 자유에 대한 위기감이 이 사태를 일으키는 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홍콩의 중국 귀속 이후, 대륙의 경제적 부상은 홍콩의 존재감을 더욱 위축시켜 왔다. 1997년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을 반환 받을 당시 협정을 통해 2049년 홍콩이 완전히 중국에 반환되기 전까지는 자치권을 보장받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고 중국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특히, 2017년부터 행정장관을 직선제로 뽑기로 합의했으나, 중국 정부에 의해 간선제로 변경됐다. 최근 송환법 제정 시도로 자치권이 심각하게 손상될 조짐이 보이자 홍콩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홍콩 시위가 석달째에 접어들기 시작하자, 아시아의 금융 허브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홍콩 증시는 시가총액에서 10% 정도, 그러니깐 약 5000억 달러(약 608조원)가 증발했다. 부유한 개인과 일부 대기업은 자금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 홍콩에서 이탈한 자금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 등 국가로 송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항 점거와 홍콩의 어수선한 분위기의 영향으로 관광객 감소는 연쇄적으로 홍콩의 호텔, 쇼핑업, 관광산업, 소매업, 자영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지난 12일 홍콩 시위대가 홍콩 공항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하자,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는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회의를 열고 본토 병력으로 무력진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까지 급행 철도로 15분이면 도달하는 선전(深圳)에 대규모 무장경찰을 대기시켜 놓고 진압훈련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중국이 홍콩 시위를 톈안먼 사태처럼 진압할 경우 양국 간 무역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홍콩이 중국의 무력에 의해 진압되거나, 중국 정부의 강경한 의도대로 마무리된다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차례는 대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도 강력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중국의 영향권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이 부딪히는 불안정한 지역이다. 중국이 북한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한·미 동맹을 무력화시키려고 달려들면, 현 정부의 정체성으로 보아 우리의 안보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만약 우리에게 경제적 보복을 가한다면 무역으로 살아가는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터졌을 때 우리 정부는 저자세 외교인 3불(不)정책, 즉, (1)사드 배치를 추가하지 않고, (2)미국 탄도미사일방어체제에 참여하지 않고, (3) 한·미·일 안보협력을 진행하지 않겠다를 발표해 주권국가로서는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다.
중국은 한국 대통령을 초청해 놓고 ‘혼밥’하도록 내버려 뒀고, 대통령 특사를 아랫사람 대하듯 자리를 배치했다. 한국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피투성이가 됐는 데도 항의 한번 못 했다. 이런 정부라면, 중국이 강하게 우리에게 압력을 가해오면 굴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겠는가.
중국에 대한 대응력이나 협상력을 키우려면, 중국이 힘으로 우리를 압박해 올 경우 국제법과 호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안보에 대한 내정 간섭을 거칠게 따지고 항의해야 하고, 경제적 보복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정면 대응해야 한다.
사회주의와의 협상이나 대화에 선의(善意)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강하게 나갈수록 상대는 두려운 존재로 인식한다. 사회주의와의 대화에서 평화를 외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일은 없다. 맞짱을 떠야 존재감이 있게 되고 협상력이 커진다.
한국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서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한·미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는 일이다. 당연히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복원해야 우리가 안전해진다. 일본과 대결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국내 정치 이슈를 덮거나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지만, 국익 앞에서 자기의 정치적 이해 득실을 따지는 인사들은 매국노와 다를 바 없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탈냉전하면서 세계화에 적극 참여, 과거의 어려움을 딛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은 종합적인 국력 신장과 국제적 위상을 회복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소프트파워보다 하드파워를 중시하고, 홍콩·대만·한국·필리핀·인도 등 주변국에게 우호가 아니라 강압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국내적으로는 자유보다는 모든 것을 정부가 힘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조평규 전 연달그룹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