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결국 홍콩 상장 연기..."시위 장기화로 불안감↑"

2019-08-21 15:31
"정치·사회혼란 진정되면 10월께 다시 추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날로 격화되는 홍콩 사태를 우려해 이달 말로 예정됐던 홍콩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알리바바가 이달 말 예정했던 150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상장 계획을 미뤘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위가 장기화되자 홍콩의 안정과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조치다.

소식통은 알리바바가 지난주 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가진 이사회에서 이미 홍콩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상장 일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의 정치적 긴장이 완화되고 시장 환경이 좋아질 경우, 빠르면 10월 중 홍콩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알리바바가 현 시점에서 홍콩 상장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것이라고 판단, 상장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계는 알리바바의 홍콩 상장 계획을 주시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움직임이 중국 정부가 홍콩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250억 달러 자금을 모은 알리바바는 당시 홍콩 증시 상장도 검토했지만, 당국으로부터 지배구조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뉴욕으로 향했다.

그러나 지난해 홍콩 증권 당국이 차등의결권 주식을 허용하면서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 2차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차등의결권은 기업 최대주주나 경영진에 보유 지분율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토록 하는 것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일종의 기업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최대 음식배달 앱 메이퇀뎬핑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등이 차등의결권 적용 기업으로 홍콩에서 상장했다.

이날 보도 내용과 관련해 알리바바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편,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11주째 이어지자 홍콩 내 자금이 해외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미래를 둘러싼 불안에 따른 것으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홍콩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전 회장도 홍콩에서 돈을 꾸준히 빼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리카싱 가족이 운영하는 ‘CK 애셋 홀딩스’가 최근 영국의 주류업체인 그린 킹을 인수했다.
 

[사진=알리바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