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스페셜 칼럼] 애국심 테스트에 시달리고 있는 구글
2019-08-18 10:18
인공지능(AI) 기술에도 애국심이 적용되어야만 하는가? 미·중 무역전쟁이 과학기술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세계 최고의 AI 기업 구글은 유례없는 애국심 테스트의 대상이 되었다. 2019년 3월 14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부 장관 대행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은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구글이 중국에서 하고 있는 일이 중국군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중국은 공산당, 정부, 군 조직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도 그 기업에 근무하는 공산당원을 통해 중국군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이들은 구글이 개발한 첨단 AI 기술이 중국군에 계속 노출된다면, 중국군에 대한 미군의 기술적 우위가 사라질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지난 3월 28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내에서의 활동 내용을 해명하고 미국 국방부와 협력 확대를 약속하였다. 그는 6월에도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을 만나 중국에서 구글의 활동이 아주 제한적이며 안보 우려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중국군과의 협력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이사인 피터 틸은 지난해 7월 14일 전국보수주의대회 기조연설에서 구글이 개발한 AI 기술이 미군이 아닌 중국군을 돕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비록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틸은 구글의 고위경영진에 중국 정보기관이 침투해 중국군의 AI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구글이 중국군에 AI 기술을 지원하는 행위가 반역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촉구하였다. 이 연설이 나온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과 중국 정부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겠다고 호응하였다.
AI 기술이 차세대 무기체계의 핵심인 무인무기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현재 군사작전에 활용되고 있는 드론은 물론 개발 중인 무인 잠수정 및 선박, 전투로봇 등에 AI 기술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AI 기술의 개발과 응용은 이제 기술적 차원을 넘어 전략적 차원에서 고려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글에 비판을 집중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구글이 미국 국방부와 협력을 계속 꺼리고 있기 때문에 미군이 세계 최고의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 2017년 구글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드론 영상을 분석하는 국방부의 메이븐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참여하였다. 2018년 2월 이 사실이 공개된 후 4000여명의 직원이 AI 기술의 무기화에 대해 항의하자, 6월 구글은 국방부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물론 살상무기 개발에 AI 기술의 적용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무인무기 개발에 구글의 최첨단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차단되었다.
이와 반대로, 구글은 중국 정부에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이메일 해킹 사건 이후 철수하였지만, 구글은 다시 중국에 진출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베이징에 설립한 AI 연구소다. 또한 구글은 비밀리에 중국 정부의 검열 기준에 부합하는 중국전용 검색엔진 드래건플라이(Dragonfly)를 개발하였다. 2018년 8월 개발 사실이 언론에 누설된 후 직원들이 반발하자, 구글은 12월에 이 엔진을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다.
구글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도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작년 8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에서 '트럼프 뉴스'를 검색해보면 96%가 좌파 매체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면서 “구글 등이 보수주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좋은 정보와 뉴스를 숨긴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구글 직원들이 민주당 성향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책임정치센터에 보고된 2018년 중간선거 정치자금 내역을 보면, 구글 임직원이 후원한 금액의 약 95%가 민주당 후보에게 기부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2019년 7월 13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소셜 미디어 정상회담에 구글을 초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잘 반영되어 있다. 전 구글 엔지니어 케빈 서내키가 공화당을 지지했기 때문에 해고되었다는 주장이 보도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이 차기 대선에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애국심 테스트의 난도(難度)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서비스 중단을 발표하자, 세계 제2위 휴대전화 생산 기업인 화웨이가 독자적인 운영체제인 훙멍(鴻蒙)을 개발하였다. 만약 훙멍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구글이 사실상 독점해온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양분될 것이다.
손정의의 소프트방크가 새롭게 출범시킨 비전펀드 2도 구글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왜냐하면 이 펀드의 핵심 투자 목표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지 않는 AI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펀드의 투자금 1080억 달러는 작년 전 세계 모든 민간 AI 기업이 유치한 총 투자금의 5배 이상이다.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인류가 발명한 가장 복잡한 게임인 바둑을 정복하는 데 성공했듯이, 구글이 애국심 테스트를 잘 통과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구글의 자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달려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이 테스트의 난도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글에는 정치적 게임을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무역전쟁이 해결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