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공약 '백리대숲 사업'에 기업부담 갑절…'관치행정' 논란

2019-08-15 13:13
울산시 예산보다 갑절 '울며 겨자 먹기' 분위기…울산시 "전적으로 자율 참여"

14일 울산시청에서 송철호 시장(가운데)과 BNK경남은행, 울산농협, SK울산콤플렉스, 에쓰오일, LS니꼬동제련, 비아이티 등 6개 기업체 대표자가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 참여 협약식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 공약사업인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이 9월부터 본격화된다. 지난 3월4일 태화강 명촌교 하부 일원에서 송철호 시장과 기업체 관계자 등이 사업 시작점 기념 표지판 제막식을 연 지 5개월여 만이다.

태화강 십리대숲을 10배인 100리(40㎞)로 확대하는 이 사업은 2020년말까지 50리(20㎞)씩 1, 2차 사업으로 구분돼 진행된다. 시민사회단체 50여곳과 14개 기업체가 이 사업에 직·간접으로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송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한 사업에 시 자체 예산보다 기업이 갑절이나 더 투자해야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민관 협치'를 포장한 전형적인 관치 행정이란 얘기들이 지역 경제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송 시장의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사업과 함께 전시행정의 표본이란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15일 울산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시청에서 송철호 시장과 기업체 6개소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 참여 협약식'이 열렸다. 이번 협약식에는 BNK경남은행, 울산농협, SK울산CLX, S-OIL(주), LS-Likko동제련(주), ㈜비아이티 등 6개 기업체가 참여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 5월 울산시와 이 사업 참여 협약을 맺었던 14개 기업 가운데 일부다.

내년초까지 진행되는 1차 사업에서 BNK경남은행과 울산농협은 20㎞ 1차 사업 구간에 5개 테마쉼터를 조성하고, SK울산CLX·에쓰오일·니꼬동제련은 대나무 식재공사를 직접 맡게 된다. ㈜비아이티는 비료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경남은행과 농협이 5개 테마쉼터(쉼터당 2~4억) 사업을 투자하는 규모는 15억 가량이다. 대나무 식재 공사에 직접 참여하는 3개 대기업은 각각 1억원 이상 부담한다. 이들 기업이 전체 20억원 가량 부담하는 데 반해 울산시가 1차 사업연도에 부담하는 액수는 10억원이다.

올해 11월 실시설계가 나오는 대로 추진될 2차연도 사업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기업 참여는 전적으로 자율적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한 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울산환경운동연합이 백리대숲 조성 사업의 환경훼손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명촌교 아래 억새군락 지역은 이번 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미래비전위원회(산하 녹색안전분과)에서도 현장을 방문, 억새군락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사업'은 우리나라 생태관광지 26선에 선정된 태화강 십리대숲을 10배로 확대, 생태관광자원화하는 프로젝트다.

석남사에서 선바위, 십리대숲을 거쳐 명촌교에 이르는 40㎞(100리)구간에 기존 대숲의 밀도 향상과 단절구간에 대한 대나무 식재를 통해 대숲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게 울산시의 복안이다. 이 구간에 테마공간(최소 5개소)도 군데군데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