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객 가방 뒤진 디즈니 '맹공'…무역전쟁 격화 영향?

2019-08-13 16:26
관영언론 연일 상하이 디즈니랜드 때리기
음식물 반입금지, 소지품 검사 '갑질' 비난
소비자 권익 침해 논란, 美기업 압박 일환

상하이 디즈니랜드 측이 외부 음식 반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입장객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인민일보 ]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방 등 입장객의 소지품을 뒤진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중국 관영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소비자 권익을 침해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미국 기업 때리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중국의 한 대학생이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새삼 화제다.

상하이 화동정법대 3학년인 왕모(21)씨은 지난 1월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찾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디즈니랜드 측은 외부에서 구입한 간식을 문제 삼으며 입장을 불허했다. 왕씨는 간식을 대부분 버리고 가방 검사까지 받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그는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3월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상대로 관련 규정 폐기 및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왕씨는 이 규정이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만 적용되고, 미국과 프랑스 등 서구에는 존재하지 않아 차별적이라고 주장한다.

디즈니랜드는 공중위생 유지를 위한 규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왕씨 측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상술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중이다.

왕씨가 상하이 푸동신구 인민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지난 4월부터 1심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 관영 언론들이 이 사건을 집중 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부터 잇따라 관련 기사를 게재 중인 인민일보는 12일 '디즈니,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소비자 권익'이라는 제목의 논평까지 냈다.

인민일보는 "디즈니는 서구에 없는 규정으로 아시아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며 "가방 검사는 소비자의 존엄성에 관련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속되는 항의에도 (외부 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고수하는 것은 위생보다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디즈니가 고집스럽게 소비자 권익의 대척점에 서 있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CCTV도 "음식 반입을 금지하고 가방을 수색하는 것은 갑질 조항"이라며 "이는 자율적인 경영권이 아니며 소비자 권익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전경. [사진=인민일보 ]


거의 대부분의 관영 언론이 연일 디즈니 때리기에 몰두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미·중 무역전쟁의 수위를 높이자 중국도 그 반작용으로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지난 2016년 개장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경우 탈(脫)중국이 불가능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갑질 규정에 대한 지적인지 미국 기업 때리기인지 여부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며 "디즈니랜드 보이콧으로 확산할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