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운행 중 기관사가 응급상황에 처하면 자동으로 운전자 경계장치가 발동해 비상정차가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오후 7시 20분경 경북 포항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KTX-산천 472호 기장 이모(51) 씨가 중간 정차역인 대전역에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이송됐다. 당시 이 씨는 얼굴과 손발에 마비 증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은 운전실 에어컨 고장이다. 이날은 전국 대부분에 폭염특보가 내린 무더위였으나 이씨는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로 열차에 올랐다. 이씨는 찜통 속에서 1시간여 운행 후 김천구미역을 지나면서 대전 종합 관제운영실 기술지원 팀장에게 자신의 몸 상태를 알렸다.

이씨가 대전역에서 병원으로 후송되고 대전역부터 서울역까지는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서울고속철도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를 대체 투입해 운행했다.

코레일 측은 이번 경우가 특이하고, 기관사에게 사고가 발생해도 승객들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열차는 냉난방이 다 준비돼있다”며 “이번 차량의 경우 특이한 사항이고, 연일 폭염이다보니 무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관사가 쓰러지는 경우 ‘운전자 경계장치’가 발동한다”며 “비상시 관제센터로 바로 연결되고, 동승한 승무원분들에게 기장 체크를 지시한다”고 말했다. 운전자 경계장치란 기관사가 운행 시 핸들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경고음을 내고, 계속 감지가 없다면 자동으로 비상정차하는 시스템이다.

앞서 관계자는 “확인 절차 후 119를 투입한다”며 “동시에 승객에게는 비상상황으로 인한 정차라고 안내방송을 진행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사고 이후 문제 되는 차는 발생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철도노조는 지난 7일 조합원들에게 여름철에 에어컨이 안되는 차량은 운행하지 말라는 내용의 ‘운전국 투쟁지침 1호’를 전달했다. 김상국 철도노조 운전조사국장은 “안전사고를 알면서까지 운행할 수는 없다”며 “그런 차가 있으면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