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감원 칼바람..예고된 것만 '3만 명'
2019-08-12 08:42
저금리 기조·트레이딩 규모 위축·자동화 영향에 은행 수익성 악화
글로벌 투자은행에 감원 한파가 불어닥쳤다. 지난 4월 이후 발표된 감원 규모가 약 3만 명에 이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글로벌 저금리 환경, 트레이딩 규모 위축, 트레이딩 자동화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이후 HSBC, 바클레이스, 소시에테제네랄, 시티그룹,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이 앞다퉈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 규모를 합치면 약 3만 명, 전체 인력의 6%에 달한다고 FT가 집계했다.
일례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우려가 불거진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는 위기 탈출을 위해 직원 1만8000명을 줄이고, 투자은행 부문을 털어낸다는 계획을 밝혔다. HSBC는 직원 약 5000명을, 바클레이스는 약 3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대규모 감원에 나서는 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비용절감 압박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예대마진 악화로 인한 수익성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S&P500지수는 약 6% 오른 반면 KBW 미국 은행업종 지수는 5% 떨어졌다. 스톡스 유럽 은행업종 지수는 같은 기간 16%나 미끄러지며 3년래 최저를 찍었다.
게다가 최근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이 재개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등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10년 7개월 만에 첫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곧 뒤따를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ECB가 예금금리를 현행 -0.4%에서 0.1%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앤드류 루이 애널리스트는 FT를 통해 "분명한 것은 투자은행 매출 전망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은행들이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저금리 외에도 트레이딩이 자동화되고, 거래 수수료가 싼 패시브 투자가 보편화하고, 투자 큰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 역시 투자은행들의 트레이딩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 여파에 올해 상반기 월가 대형 은행들은 10여년 만에 가장 낮은 트레이딩 매출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월가 5개 대형 은행의 올해 1분기 트레이딩 매출은 전년 동기비 14% 쪼그라들었다. 2분기에도 8% 감소했다.